7년 동안 써서 너덜너덜해진 헌 지갑을 오늘 기어코 보내주었다. 앞으로의 외출을 함께할 지갑은 메트 블랙 색상의 시크리드(SECRID) 슬림월렛이다.
시크리드는 기능성 카드지갑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지갑 브랜드다. 아무래도 요즘은 결제할 때 카드만 주로 쓰다 보니 카드지갑 위주의 제품을 물색하다가, 그 중에서도 주변 지인들이 '카드 프로텍터'를 많이 들고 다녀서 익숙했던 시크리드를 택했다.
시크리드의 근본은 카드 프로텍터라는 이름의 알루미늄 카드 케이스에 있다.
그래서 시크리드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지갑은 모두 이 카드 프로텍터에 가죽 폴딩을 덧댄 물건이다. 카드 프로텍터만 단독으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카드 프로텍터와 가죽 폴딩을 각각 따로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
시크리드를 고려하는 사람들 중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쪽은 카드 프로텍터를 택하고, 전통적인 지갑의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은 월렛류 제품을 택하는 듯한 느낌.
슬라이딩 시스템
슬라이딩 시스템은 시크리드를 상징하는 특허 기술이다. 카드 프로텍터의 레버를 당기면 삽입구에서 카드가 계단형으로 펼쳐져 올라오는 시스템으로, 1995년에 처음 출원한 특허라고 한다.
최대로 넣을 수 있는 카드 갯수는 양각/무양각 여부에 따라서 4-6장 정도.
또한 케이스에 카드가 일부분만 삽입되어 있어도 내부에서 펠트에 의해 단단하게 결속되기 때문에, 레버를 당겨 카드를 약간 내밀고 있는 상태에서도 카드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추가 수납 공간
가죽 폴딩에는 두 가지의 추가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먼저 2개의 카드 슬롯이 눈에 보인다. 민증처럼 꼭 필요하지만 자주 꺼낼 일이 없는 카드를 수납하기에 적절한 공간이다.
폴딩을 더 펼치면 지폐, 명함, 카드 등을 꽂을 수 있는 머니클립도 나온다. 90×50 사이즈의 명함이 아슬아슬하게 딱 맞게 들어가는 수준의 크기다.
다만 머니클립의 수용량은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으로, 허용된 두께 안에서는 내용물 3~4장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알아두면 좋은 점
잠금 장치 없음
슬림월렛은 폴딩을 여닫는 곳에 아무런 잠금 장치가 없어 때에 따라 이곳이 쉽게 뜬다. 특히 허용된 두께를 꽉꽉 채웠을 경우 더더욱.
그나마 여닫는 곳이 후면에 있기 때문에 정방향으로 지갑을 놓을 경우에는 뜨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위안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바리에이션으로 슬림월렛과 비슷한 폴딩에 똑딱이형 잠금 장치가 있는 '미니월렛'이란 제품도 있으니 참고.
교통 카드를 찍는 방법
카드 프로텍터의 알루미늄 폼팩터는 RFID 차폐 처리가 되어 있어서, 카드가 완전히 들어가 있을 때에는 교통카드나 컨택리스 결제가 기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통카드 기능을 써야 할 때는 어떡해야 할까?
정석적인 방법은 교통카드로 주로 쓰는 카드를 맨 뒤에 배치하고, 그때그때 레버를 당겨 IC 칩이 있는 부분만 약간 드러난 상태에서 카드째 태깅하는 것이다.
이러면 카드를 굳이 빼지 않고도 레버만 당기는 것으로 교통카드 사용 가능.
그렇다면 카드를 가죽 폴딩에 끼우면 레버를 굳이 당기지 않고도 찍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카드가 카드 프로텍터의 표면에 밀착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차폐 효과가 작용해서, 그냥 지갑째 대는 것으로는 태깅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폴딩을 펼친 채로 태깅하면 되기는 하는데, 일일이 폴딩을 펼칠 바에는 그냥 레버 한 번 당기고 마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 어차피 100만 번의 내구도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레버니 안심하고 당기자.
사후 지원 정책
사용 중 카드가 잘 고정되지 않거나 레버가 오작동할 때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공식 몰에서 구매한 정품의 경우 3년 간 무상 수리를 제공한다.
물론 보증 기간이 지나도 유상 수리를 받을 수 있는데, 수리비가 3,000원밖에 안 든다.
사실 처음에는 38,000원짜리 카드 프로텍터만 살까 고민했었지만, 그래도 '지갑은 역시 가죽지갑이지' 하는 생각으로 돈 더 주고 샀던 슬림월렛. 결론은 대만족.
카드 프로텍터의 현대적인 실용성과 가죽지갑의 전통적인 폼을 동시에 챙긴 시크리드 슬림월렛. 개인적으로 참 독특한 컨셉이라고 느껴지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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