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방송자료 녹음을 위한 라디오 수신기를 알리에서 새로 장만했다. Retekess 사의 V115라는 모델이다.
이전까지는 라디오 방송을 녹음할 때 노벨뷰의 효도용 라디오로 방송을 수신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음성을 AUX 케이블로 뽑아 외부 녹음기에서 녹음하는 조합을 주로 활용했었다.
그런데 이 노벨뷰 라디오는 그동안 수신기로써는 약간 아쉽게 느껴졌던 제품이었는데,
수신 가능한 방송 대역이 FM 87~108MHz로 한정되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디스플레이가 LED 점등식이라 장시간 사용 시 배터리 소모가 컸던 점이 뼈아팠기 때문이다.
또한 녹음을 위해 반드시 AUX 케이블과 별도의 녹음기를 챙겨야 한다는 점도 은근 불편했다. 출사를 나가 녹음하는 상황에서 특히 이 점이 디메리트로 작용했는데, 어느 때에서나 녹음을 위해 기본적으로 3개의 장비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Retekess V115는 이런 불편을 모두 깔끔하게 해결해 주길래 바로 구매를 결심했다.
- FM, AM, SW(단파) 방송 수신을 모두 지원한다. 심지어 수신 가능한 FM 대역도 87이 아닌 64 MHz부터 시작하므로 일본 같은 곳에서 써도 문제 없는 제품이다.
- 흑백 LCD + 백라이트 조합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므로 소비 전력이 낮은 편이다.
- 라디오 녹음 기능을 자체적으로 지원한다. 최대 320kbps 음질까지 가능.
- 충전 단자로 USB Type-C를 사용한다.
이 아래서부터는 언박싱 과정과 함께 이 제품의 세세한 특징을 설명하겠다.
언박싱
Retekess는 중국 허난 성에 소재한 전자제품 제조사다.
누군가는 "중국산이라 품질이 조잡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DSP 수신기 분야에서는 TECSUN과 같은 중국 메이커들의 제품이 가격 대비 꽤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tekess의 경우도 이렇게 인지도를 쌓은 준 메이커 업체에 속하는데, 오죽하면 나무위키에 문서까지 있을 정도.
*DSP 수신기: 수신된 전파 신호를 처리하여 음성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디지털 회로가 사용되는 수신기
구성품은 제품 본체와 사용 설명서, 충전 케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충전용 전원 어댑터는 따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용 설명서가 꽤 두꺼운 게 인상적인데, 총 7개 국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렇다.
페이지 순서별로 영어, 덴마크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쓰여 있는데, 의외로 중국어가 없는 걸 보면 해외향으로 따로 인쇄한 판인 듯.
본체의 앞면에는 스피커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기능 조작을 위한 다양한 키들이 위치해 있다.
본체의 뒷면에는 안테나 조절대와 배터리 삽입구, 그리고 한쪽에 작은 서브우퍼가 위치해 있다.
안테나는 6단으로 펼칠 수 있고, 모두 펼치면 약 38cm 정도의 길이가 나온다.
본체의 우측면에는 여러 입출력 포트가 위치해 있다. 왼쪽부터 헤드폰, AUX 잭, MicroSD 삽입구, 충전 단자다.
배터리 삽입구를 처음 열면 이렇게 배터리가 포장 비닐에 싸여 있는데,
동봉된 배터리는 1000mAh 용량의 BL-5C 리튬이온 전지다.
BL-5C 규격의 배터리는 포터블 라디오 부류에서 꽤 대중화가 된 규격이라, 국내 쇼핑몰에서도 '효도라디오 배터리' 등으로 검색하면 KC 인증까지 받은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본체의 충전 단자와 동봉된 충전 케이블은 모두 USB-Type C 규격이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전력량은 5V 0.5A 수준에 불과하여 충전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또한 이렇기 때문에 고속 충전 어댑터에 물릴 경우 잘못하면 기기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래서 안전하게 충전하려면 못해도 5V 0.5A~1A 수준의 저속 어댑터를 쓰는 게 좋을 듯.
본체에 내장된 스트랩에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긴 플라스틱판이 매달려 있다. 이것은 본체를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놓고 싶을 때 받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라디오 기능 소개
청취 대역 전환
기기의 전원을 켜고 디스플레이 우측의 [FM/AM] 또는 [SW] 키를 눌러 청취 대역을 전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청취 대역을 전환하면서 은근히 헷갈리는 부분인데, 이곳에 위치한 키들을 다룰 때에는 항상 키의 위쪽에 캡션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SW 청취를 위해서는 4개의 네모난 키들 중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키를 눌러야 한다.
주파수 이동
⏮️/⏭️ 키를 눌러 현재 청취 중인 주파수를 옮길 수 있다.
- ⏮️/⏭️ 키를 짧게 누를 때: 저장된 주파수 간에 이동한다.
- ⏮️/⏭️ 키를 길게 누를 때: 방송이 잡히는 가장 가까운 주파수로 이동한다. (Auto Seek)
한 가지 참고해야 할 점은 Manual Seek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Auto Seek 기반의 이동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정 주파수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숫자 키를 사용한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 정확히 포함된 일련의 숫자를 입력하면 된다.
- FM의 경우: 9️⃣3️⃣1️⃣ 입력 시 → 93.1 MHz로 이동
- AM의 경우: 7️⃣9️⃣2️⃣ 입력 시 → 792 KHz로 이동
- SW의 경우: 9️⃣9️⃣8️⃣5️⃣ 입력 시 → 9.985 MHz로 이동
주파수 저장
FM, AM, SW 각 대역별로 주파수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가 각각 다른 크기로 마련되어 있다. 대역별 최대로 저장 가능한 채널의 개수는 다음과 같다.
FM | AM | SW |
최대 80개 | 최대 60개 | 최대 300개 |
메모리에 주파수를 저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 자동 저장: ⏯️ 키를 길게 누르면 현재 청취 대역의 처음부터 끝까지 Auto Scan이 실시된다. 1번 메모리부터 방송이 잡힌 주파수를 차례로 저장한다.
- 수동 저장: 5️⃣ 키를 길게 누르고 원하는 번호를 숫자 키로 입력한 다음 ⏯️ 키를 두 번 누른다. 입력한 번호의 메모리에 현재 청취 중인 주파수가 저장된다.
청취 대역별 수신 옵션
FM
수신 가능 대역: 87-108 MHz / 64-108MHz
FM 청취 시에는 수신 대역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전세계적으로 FM 방송에는 87-108 MHz 대역이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나, 일본처럼 87 MHz 이전의 대역을 사용하는 국가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존재하는 옵션이다.
AM
수신 가능 대역: 522-1710 kHz
AM 청취 시에는 주파수 탐색 간격을 9 kHz / 10kHz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왜 그러냐면 전세계적으로 AM 방송 대역은 주파수가 9 kHz씩 끊어져서 배정되는 게 일반적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이를 10 kHz씩 끊고 있기 때문이다.
SW
수신 가능 대역: 4.75-21.85 MHz (4750-21850 kHz)
SW 청취 모드는 미터 밴드별로 총 9개의 하위 수신 모드로 구분된다. SW 모드에 이미 진입한 상태에서 [SW] 키를 다시 누르면 하위 모드 간에 전환이 된다.
모드 | 미터 밴드 | 주파수 범위 |
SW1 | 60m | 4.750-5.945 MHz |
SW2 | 49m | 5.950-7.095 MHz |
SW3 | 41m | 7.100-9.495 MHz |
SW4 | 31m | 9.500-11.645 MHz |
SW5 | 25m | 11.650-13.595 MHz |
SW6 | 22m | 13.600-15.095 MHz |
SW7 | 19m | 15.100-17.495 MHz |
SW8 | 16m | 17.500-21.445 MHz |
SW9 | 13m | 21.450-21.850 MHz |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주파수는 소수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MHz 단위로 표기되며, 이 표기를 따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1,000 kHz = 1 MHz라는 사실과 함께 주파수를 표시할 때 항상 소수점 세 자리까지 취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단위는 MHz일지라도 kHz 단위로 보고 쓰는 것처럼 위화감 없이 튜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에 9.900 MHz라고 표시된다면, 여기서 소수점을 떼고 9900 kHz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방송 녹음
청취 대역에 상관없이 방송 청취 중에 [REC] 키를 길게 누르면 녹음이 시작된다. 단, 사전에 포맷된 MicroSD 카드가 삽입되어 있어야 한다.
녹음을 시작한 이후 [REC] 키를 짧게 한 번 누르면 녹음이 종료되며 녹음 재생 화면이 나온다. 이 화면을 나중에 수동으로 다시 보고 싶다면 방송 청취 중에 0️⃣ 키를 길게 누르면 된다.
설정에서 녹음 파일의 음질을 선택할 수 있는데 총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 Simple Record — 128kbps 음질로 저장
- Quality Record — 160kbps 음질로 저장
- Super Record — 320kbps 음질로 저장
당연히 더 높은 음질을 택할수록 녹음 파일의 용량이 증가하며, Super Record 옵션을 기준으로 20분 녹음에 약 45MB를 요구한다.
참고로 녹음 파일은 무조건 .MP3 형식으로 저장된다.
기타 기능
이 단락에 소개된 기능들은 [MODE] 키를 눌러 접근할 수 있으며, 사전에 포맷된 MicroSD 카드가 삽입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동작한다.
음악 재생 모드
MicroSD 카드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녹음 파일이 저장되는 경로에 위치해 있지 않다면 음악 파일이 위치한 디렉터리는 크게 가리지 않는 듯.
음악이 재생 중일 때 ⏯️ 키를 길게 누르면 설정 메뉴가 나와 재생 옵션과 이퀄라이저(!)를 설정할 수 있다.
음악이 재생 중일 때 [REC] 키를 길게 누르면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로 주변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기능의 동작은 라디오 방송을 녹음할 때와 유사하다.
AUX 모드
AUX 잭에 라인인 케이블이 꽂히면 자동으로 AUX 모드로 전환된다. 이 모드에서는 라인인 케이블로 연결된 외부 기기의 사운드를 재생하며, 일종의 스피커처럼 쓸 수 있게 하는 모드다.
AUX 케이블로 들어오는 음성을 녹음할 수도 있는데, 방법은 라디오·마이크 녹음을 할 때와 완전히 똑같다.
사용기
이 제품을 택한 가장 큰 이유였던 라디오 자체 녹음 기능은 꽤 만족스러운 성능으로 동작해 주었다. 아래는 FM, AM, SW 각 대역별로 이 기능을 통해 녹음본을 채증한 수신 기록들이다.
다만 녹음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전자 회로에 부하가 걸려 수신 감도가 소폭 저하되는 점은 살짝 걸리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자체 녹음을 지원하는 라디오들이 가진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딱히 이 제품만의 단점으로 꼽을 수는 없긴 하다.
이 때문에 자체 녹음 기능이 있다고 해도 원거리 방송을 녹음하는 경우에는 외부 녹음기를 쓰는 것을 추천.
시스템에서 지원하는 언어는 중국어(간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 다섯 가지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 파일을 재생할 때 파일 이름에 한글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누락되어 표시된다.
이 기기에는 현재시각을 다루는 메모리가 없기 때문에 녹음 파일에 타임 스탬프가 찍히지 않는다.
그래서 라디오를 녹음할 때 시보 구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상 녹음된 시간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라디오 수신 감도는 일상적인 수준에선 꽤 우수한 편이나 본격적인 원거리 방송 수신용으로 쓰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중파나 단파 DX를 전문적으로 행하기 위한 기종을 알아보고 있다면 그냥 얌전히 TECSUN 제품을 사는 게 낫다.
• 스피커의 성능은 의외로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보통 중국산 포터블 라디오에 들어가는 스피커는 저음부가 심각하게 빈약한 감이 없지 않은데, 이 제품은 서브우퍼로 이를 극복하여 나름 균형이 잡힌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내장 마이크의 감도도 나쁘지 않은 편.
• 안테나가 조금 설렁설렁 고정되어 있는 감이 있어, 3단 이상 뽑고 사용할 시 취급에 어느 정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 볼륨을 0으로 둔 채 전원을 끄면, 이후에 전원을 다시 켰을 때 볼륨 설정값이 20으로 초기화되는 문제가 있다. 항상 볼륨을 작게 해서 써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전원을 끄기 전 볼륨을 최소 1로 두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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