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Music Is Life" 작곡가 이철희(Forte Escape)님 인터뷰

by 블루스크린 (BSofDeath) 2024. 7. 12.

국산 리듬게임의 역사를 논할 때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자, 현재는 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작곡 휴식기를 겸한 인생 3막을 살고 계신 '전직 작곡가' 이철희(Forte Escape)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1월에 지인들과 함께 제천 호반식당을 찾아 FE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FE님께서 감사하게도 "작업실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향을 직접 밝혀주셨었고, 그때로부터 반년 정도가 흐른 6월 말 즈음에 같은 지인들을 또다시 이끌고 FE님의 작업실을 찾아뵈어 정식으로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일자: 2024년 6월 30일)

 

 

'FE' a.k.a. 'Forte Escape' (이철희)


 

1990년대부터 패밀리 프로덕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 그 이후 어뮤즈월드와 펜타비전을 거치며 작곡가로서도 두각을 드러내면서 한국 리듬게임 역사의 초창기에 큰 공헌을 한 1세대 게임 음악 작곡가.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디제이맥스와 이지투디제이 시리즈에 남긴 숱한 명곡들은 아직도 많은 리듬게이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디제이맥스 트릴로지》의 디렉터로 참여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펜타비전을 퇴사한 이후 2010년대부터는 기존의 전문 분야였던 게임 음악 이외에도 방송 음악('마술모자 퍼레이드')이나 일상 음악('코튼테라스')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며 음악인으로서의 활동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 중.

현재는 고향인 제천에서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한때 본업이었던 게임 음악 작곡가로서는 부분적인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리듬게임 수록곡 중 대표작

  • Give it 2 me (이지투디제이 3rd TRAX)
  • Zeroize (이지투디제이 플래티넘)
  • 바람에게 부탁해 (디제이맥스 온라인)
  • End of the Moonlight (디제이맥스 온라인)
  • 바람에게 부탁해 Live Mix (디제이맥스 포터블)
  • 바람의 기억 (디제이맥스 트릴로지)
  • 꿈속에서 본 것은 (디제이맥스 트릴로지)
  • 바람의 날개 (오투잼 아날로그)
  • Xeroize (오투잼 아날로그)

 

 

 

FE님의 개인 음악 작업실 'MIL STUDIO'

먼저 작업실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당히 아늑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아지트 같은 공간인데 여기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는 이곳이 어머님 건물이라 어머님을 위한 드럼 연습실 겸 피트니스 룸 정도로 시작했다가 모두의 공간으로 조금씩 용도가 변경되었고, 탁구대, PC존, 캠핑존 등을 만들면서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개인 작업도 할 수 있는 그런 스튜디오 겸 휴게실 겸 카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노래를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밴드 스튜디오 안에 노래방 기계까지 설치를 하니 이제는 멀티방처럼 되어버린 것 같네요.

 

FE님이 목공 기술을 발휘해 손수 만드신 캠핑의자 팔걸이와 수납함.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제가 직접 구상했고, 목공에 관심이 많아 일부 인테리어와 수납함, 캠핑의자 팔걸이 같은 작은 소품들은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끔 본인이 소장한 것들을 기부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책장을 유저 분들의 기부품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팬이 기증한 '이지투댄서' CD 케이스 (*2000년도 어뮤즈월드 발매작 / 사진제공: FE님)

 

 

‘MIL STUDIO’라는 작업실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MIL STUDIO’라는 이름에는 딱히 고정된 의미는 없는데, ‘밀’이라는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대략 “Music Is Life” 같은 의미를 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작업실과 별도로 마련된 다과 공간은 'MIL CAFE'라고 부르고, 작업실과 카페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공간은 'MIL SQUARE'라고 합니다.

 

'MIL CAFE'와 'MIL SQUARE'.

그러고 보니 오늘 와주신 네 분이 아직 모임명이 없으시던데 똑같이 '밀' 자 돌림으로 ‘밀키스’나 ‘밀네오레’ 정도로 작명을 해 드리고 싶기도 하네요. ㅎㅎ

 


 

(화면출처: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

지난 2월에 호반식당이 TV 방송에 출연한 이후 그 이전보다도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FE님을 뵙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의 비중도 늘어난 편인가요?

 

안그래도 최근 들어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TV에 출연한 것보다 지난번에 식당에 들렀을 때 태우님이 간이 인터뷰를 하고 글을 한 번 써 주셨던 게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나 하네요.

(헉… 과찬이십니다.)

 

 


 

FE님을 뵙기 위해 찾아오는 팬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FE님의 커리어를 생각해 보면 오랜 경력을 가진 리듬게임 유저가 대다수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옛날에 주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길게 휴식기를 가지고 있기에,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팬분들만 오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와 주시더라고요. 나이가 많은 분은 저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45세의 팬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는 12세 정도의 팬까지 찾아주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

 

그 이외에도 휴가를 받고 곧바로 찾아온 군인 분도 있었고, 해외 유학 중 국내로 입국해서 호반식당을 찾아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찾아와 주신 태우님을 포함한 네 분들과 지금 인터뷰를 함께 하고 있구요.

 

 

빚보증 남편 잃고 10년만에 '오뚝이'

따뜻한 겨울-시인된 제천 '밥집 아줌마' 유봉재씨제천 의림지에서 호반식당을 운영하는 유봉재(54)씨는 올해가 특별하다.식당을 시작한지 11년만에 '문예비전'을 통해 등단의 꿈을 이룬 데다 자

www.jbnews.com

사실 저희 어머님도 정식으로 등단하신 시인이셔서 저희 식당에 오시면 벽에 걸려 있는 시들을 보실 수 있는데 바로 저희 어머니가 쓰신 글들입니다.

 

한번은 60대쯤 되어 보이시는 어머님 한 분이 식사를 하시고 팬이라고 하시길래 저희 어머님을 소개시켜 드렸더니 제 싸인을 받으시러 왔다고 하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녀 분이 조금 부끄럼이 많아서 싸인을 대신 받으러 오셨다고 해서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이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으시다면?

 

올해 초였던 것 같은데, 한 고등학생 팬 분이 자신의 생일날 부모님과 함께 저희 식당에 방문해 주셨았는데 힘들었던 시기에 제 곡들을 듣고 힘을 많이 얻었다면서 선물 상자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사진제공: FE님)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디제이맥스 트릴로지》의 초회판 엽서 중 제가 작업한 음악들 4장의 뒷면에 장문의 글을 빼곡히 적어서 주셨더라구요. 사실 이 엽서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제 음악이 이 정도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 고등학생 친구의 방문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플라티나 랩》이라는 출시 예정 게임에 Forte Escape 명의의 곡을 제공하면서 리듬게임 음악 작곡가로서는 꽤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내셨는데,

한편으로 이번에 제공하신 곡이 과거 《아스트로 레인저》 아케이드판에 수록되려다 개발 사정으로 인해 무산되어 10년 넘게 미공개작으로 남아 있었던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작품을 발굴하여 다시금 게임 수록곡으로 선보이겠다는 결정이 마냥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전작가’ 유튜브에 해당 음악들을 올리면서도 글을 남겼지만, 사실 이런 안 좋은 사연이 있는 곡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유쾌한 기분은 아니라 저도 조금 망설이긴 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작업한 곡이기도 해서 요즘 분위기에 맞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게임 음악 외주 활동을 하면서 생긴 한 가지 징크스가 있는데, 제가 참여한 게임들이 대부분 오래 못 가고 망하게 됐다는 부분을 항상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참여하면 게임 망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냐고 ㅎㅎ

 

암튼 그런 걱정과 불편한 느낌을 김태준 대표님도 (당시 《아스트로 레인저》 아케이드판의 개발에 같이 참여했던 인원으로서) 잘 이해하고 계셔서 그랬는지 편하게 사용을 허락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 개발자들의 열정과 도전을 보면 이제는 선배로서 도움이 되는 것도 제가 해야 할 몫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이번에 곡을 제공하게 된 것을 계기로 향후 리듬게임 음악 작곡가로서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아직은 여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직 작곡가'로서 복귀를 위해 넘어야 할 산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현직인 식당 일에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생활이 좀 더 안정되어 제게 여유가 생길 때까지는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유저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습니다.

 

단지 걱정인 부분은 그동안 게임 음악을 오랫동안 작업하지 않아서 제 곡의 스타일이 요즘 유저들에게 맞을까 하는 것과, 기술적으로는 트렌디한 가상 악기에 적응함으로써 요즘 유저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게임을 벗어나 주변인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음악, 경제적, 기술적으로 자유로운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점점 게임 음악과는 멀어지는 쪽이 현재 제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 아닌가 하네요.


그래도 만약에 복귀를 하게 된다면, 제가 작업한 원곡과 함께 게임용으로 리믹스한 곡을 동시에 선보이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색깔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트랜디한 취향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안 그래도 최근에 백승철(BEXTER) 본부장도 정확히 그런 식으로 신곡을 선보이셨거든요.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이 드셨던 것 같네요 ㅎㅎ

 

 

사실 최근 디제이맥스가 게임용 음악과 리스닝용 음악을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기조로 시장을 대하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FE님이 그간 쌓아오신 작곡 노하우가 이런 기조와 맞물려 충분히 빛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 동안 리듬게임 음악을 작업하면서 마셨던 술의 양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거기의 2배를 마셔도 예전 같은 폼이 안 나올 것 같네요. 어쨌든 제 인생에서 게임성을 더 중시한 고레벨 지향 곡은 〈Xeroize〉라는 곡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듣기 좋은 저레벨 지향 곡이 더더욱 저에게는 잘 맞는 듯 하네요.

 


 

요즘 다양한 작곡가 분들이 제천에서 FE님을 예방하셨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FE님의 현역 복귀를 바라는 '삼고초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2년 전쯤 '전작가'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TAK님과 영상의 댓글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만남까지 이루어졌던 것이, 처음으로 인연이 있던 작곡가를 제천에서 만났던 때입니다.

 

사실 TAK님은 《디제이맥스 트릴로지》 시절에 열린 이벤트 중 하나였던 리믹스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하셨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작곡가였는데, 그 이후 대중 가요부터 게임 음악까지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셔서 저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었던 터라 그 만남이 참 뜻깊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현재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는 Miya와 PlanetBoom님을 올해 초에 식당에서 만났는데, 불과 엊그제 제가 서울에 올라가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오기도 했네요.

 

그리고 지금 이 인터뷰를 하기 바로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 낚시 관련 글을 올렸다가 댓글로 갑작스럽게 방문 약속까지 잡게 된 Warak님까지, 정말 보고 싶었던 음악 지인들을 요즘 들어 자주 보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여기 제천에서는 저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더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지금은 일을 떠나서 앞으로도 자주 보며 음악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인연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도 역시나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복귀 안 하세요?"라고 운을 떼며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네요. 그런 질문을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전직 작곡가로서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죠.

 


 

2000년대 후반 펜타비전 재직 시절에 당시 전사적인 지원을 받았던 '메트로 프로젝트' 팀과 적지 않은 마찰을 겪었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는데,

한편으로 현재 로키 스튜디오의 중진 인력이 대부분 메트로 프로젝트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인하여 가끔씩 잊을 만하면 FE님과 로키스튜디오 간의 불화설이 제기되곤 합니다.

일단 불화설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아직도 '메트로 프로젝트' 팀에 서운한 감정이 있으신지?

 

당시에는 개발하는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저희 팀원들이 워낙 고생을 했던 터라 서운한 감정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마음이 많이 비워진 상태입니다. 특히 새로운 직업인 식당 일을 시작하고 나서 힐링이 많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회사에서 어쩔 수 없던 부분도 있지 않았나 하는데,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2008년 당시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 실적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에서 매출 비중이 높았던 프로젝트에 많은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특히나 메트로 프로젝트의 경우 《테크니카》, 《블랙 스퀘어》, 《클래지콰이 에디션》 등 동시에 여러 타이틀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사내의 앨리트 팀원들이 꼭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팀원들이 여전히 디제이맥스를 이어간다는 걸 보면, 저의 생각과는 별개로 '메트로 프로젝트'의 존재가 그 자체로 새로운 씨앗이 맺어진 계기도 되었기에 매출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한편 그 시기에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한탄을 많이 토로하셨던 것으로 아는데,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그 중에서 나온 '트위터는 X스다'라는 발언은 2024년 현재까지도 이따금씩 올드 유저들에 의해 회자되곤 합니다. 혹시 지금 시점에서 여기에 대한 심정이 어떠신가요?

 

솔직히 그 때나 지금이나 SNS에 대한 제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살 권리라고나 할까요? SNS가 등장하면서 이것이 사라진 동시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가짜 행복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여전하니까요. 처음 트위터를 접하고 팔로워를 본 순간 '이거 딱 집착이 되겠다'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다만 일기장 같은 용도로 제가 페이스북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도 한 3번의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면서 타협을 이뤄 낸 성과라고 할까요? 암튼 요즘은 60명 정도의 페친을 유지하면서 SNS를 딱 그 정도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호반식당 공식 계정을 운영하는 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구요.

 

어쨌든 당시 개발 과정에서의 힘든 상황과 더불어 사회적 불만이 가득했던 30대의 혈기로 이런 감정을 드러냈던 게 조금 과격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두 아이를 둔 50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골적인 표현이 들어가서인지 가끔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곳에서 보일 때마다 좀 난감한 기분이 드네요 ㅎㅎ…

 

 

다시 돌아가서, 그러면 현재 시점에서 제기되는 로키 스튜디오와의 불화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키 스튜디오와의 불화설이라는 말 자체가 좀 과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만. '불화'라는 건 사실 어떤 사건이나 관계가 있어야 생기는 것인데, 그런 것 자체가 없는데 불화가 있을 수가 있을까요? 


다만 백승철(BEXTER) 팀장님과 관련해서는, 2016년부터 제가 《GM 프론티어》라는 야구 게임을 사활을 걸고 개발하던 중에 당시 PS4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개발하던 백 팀장님이 곡 수록 건으로 연락을 주셨었는데, 당시에 제가 개발 일정으로 인해 정식으로 답을 드리지 못하고 카톡 메시지로만 간단하게 몇 마디 주고 받았던 게 아쉬움으로 조금 남긴 했습니다.

 

펜타비전을 퇴사한 이후로 오랜만에 받게 된 반가운 지인의 연락이었던만큼, 한 번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지 않았나 하네요.

 

 

그렇다면 펜타비전 재직 시절에 당시 백승철(BEXTER) 사운드팀장과의 관계는 어떠셨는지?

 

백 팀장님은 펜타비전 초기부터 함께 개발에 참여하셨고 사운드 팀이 제대로 꾸려지고 나서 CROOVE님, PlanetBoom님, 그리고 저와 함께 사운드 팀의 주축을 맡으셨던 분입니다. 사실 저 빼고는 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셨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좀 별종이지 않았나 하네요.


어쨌든 디제이맥스 개발 당시에 저는 경기도 구리에 살았었는데 마침 백 팀장은 남양주에 살고 계셔서 집에 가는 방향이 서로 같았어요. 그래서 회식이 끝나면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 한 잔 더 하자고 제가 조른 적이 많았죠.


백 팀장님은 사운드 팀에서 어떻게 보면 어머니와 같은 포지션이었다고나 할까요?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했던 섬세한 상황이나 감정들을 잘 보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술주정도 잘 받아 주었던 것 같네요. ㅎㅎ

 

2007년경의 펜타비전 사운드 팀. (사진출처: FE님 페이스북)

당시에는 사운드 팀의 분위기가 '음악'이라는 큰 집에 모여 사는 식구들처럼 잘 어울리고 좋았습니다. 순수하게 터놓고 이야기도 하고,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일한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특히 2007년 '라이브 미라클'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운드 팀과 보냈던 시간들은 개발자가 아닌 순수한 음악인으로서의 열정과 활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에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 간에 컬래버레이션이 진행되었을 때, 디제이맥스 측에서는 과거 이지투디제이에 참여했던 원로 작곡가들의 행적을 재조명하는 것을 컬래버의 방향성으로 삼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컬래버 DLC의 최초 수록곡 라인업에는 FE님의 곡이 한 곡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 이를 두고 올드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그 후로 뒤늦게 〈Zeroize〉의 추가 수록이 결정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바 있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FE님이 이지투디제이에서 보여주셨던 곡들도 고평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돌이켜봐도 이러한 점이 참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FE님 본인께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제가 두 게임의 콜라보에 관한 소식을 처음 접한 건 '전작가' 유튜브에 올라온 댓글을 통해서였습니다. 식당 일에 매진하면서 게임 쪽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이 멀어지긴 했죠.


어쨌든 이지투디제이를 개발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저는 원래 1996년에 도트 그래픽 디자이너로 게임 개발자의 커리어를 시작하여, 이후 이지투디제이 개발자로서 2nd TRAX까지는 그래픽에 주력하다가 3rd TRAX부터 평소 취미로 쌓아왔던 작곡 역량을 인정받아서 음악과 그래픽을 병행하며 개발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전작가’ 유튜브에도 해당 음악들을 영상으로 올리면서 사연을 밝혔던 바 있는데, 작곡가로 전직하기 전에는 마우스로 작곡한 인디 음악들을 밀림닷컴에 업로드하면서 아마추어 음악가로서 활동해 왔었는데 이것들이 큰 인기를 얻어서 나중에는 팬클럽이 형성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사실 이지투디제이에 실렸던 곡들 중 〈2.14〉나 〈Memories〉 같은 곡들은 이전에 밀림닷컴에 업로드했던 음악들을 다듬어서 게임에 활용하게 된 곡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FE님이 이지투디제이 개발에 참여하던 때에는 단독 작곡보다 공동 작곡이나 편곡의 형태로 참여했던 적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FE님을 상징할 만한 수록곡을 선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있더라고요.

 

혹시 'FE'가 저였던 걸 몰랐던 게 아닐까요? (* 디제이맥스에서는 'Forte Escape' 명의만 썼어서)

 

이제 와서 생각보면 〈Zeroize〉 정도는 충분히 먼저 리스트에 넣을 수도 있었을텐데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제 음악을 넣고 안 넣고를 떠나 즉각적으로 대응하신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당에서도 손님에게 클레임이 들어오면 바로 사과부터 하고 대응하는 게 정석이라는 걸 저도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활동 시기가 정확히 엇갈려서 2010년대 이후에 합류한 디맥 제작진들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실 법도 한데, 유독 왕정현(XeoN) 디렉터는 얼굴을 잘 알고 계셔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해서 알게 되셨는지?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페이스북을 처음 접하고 나서 (트위터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었지만) 친구 수나 좋아요, 댓글에 조금씩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탈퇴와 재가입을 여러 번씩 되풀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페이스북 계정을 마지막으로 다시 만들 때, 어렵게 친구가 되어주셨던 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당시 추천 친구로 떴던 주변 사람들에게 한 명 한 명씩 다시 친구 요청을 보내다가 그렇게 왕정현 씨와도 페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왕정현 씨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잘 알지는 못 합니다.

 

이름만 알고 있다가 페친이 된 이후 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소식들을 접하긴 했지만, 최근에 드라이브 공연 관련해서 올려주신 근황을 보고 작곡가로도 활동하셨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왕정현 씨를 처음 알게 된 건 ‘펜타비전’ 시절이었지만 서로 팀이 달라 마주칠 기회도 별로 없었고 그 당시는 다른 프로젝트에 소속된 사람들과는 서로 교류가 여러 의미로 잘 안 되었던 때였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여기 계신 분들처럼 볼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좌: 2007년경 FE님과 CROOVE님의 모습(사진출처: FE님 페이스북) / 우: 2023년 CROOVE님의 모습(사진출처: CROOVE님 페이스북)

리듬게임을 오래 플레이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때 FE님과 공동 작업을 자주 하셨던 분이 현재 펄어비스에 계시는 류휘만(CROOVE) 실장인데,

요즘 페이스북에 올리시는 근황 사진들을 보면 진짜 확실히 나이가 드신 티가 역력하셔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기억하는 류휘만 실장님은 음악에 대한 진심이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음색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시는 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마 지금도 창작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가끔씩 류 실장님 페이스북에 가서 근황을 보곤 하는데 얼굴에서 예전의 모습과 달리 세월의 흔적이 많이 생기신 걸 보고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되긴 했습니다.

 

2007년 '라이브 미라클' 공연을 앞두었을 때 찍었던 합주 연습 영상을 보면 함께 했던 분들의 그 시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저도 사람인지라 15년 전의 제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하네요.


저의 경우에 보통 음악 작업을 하면서 더 빨리 노화가 진행되는 걸 실제로 느끼곤 합니다. 예를 들면 곡 하나 쓰고 나면 머리카락이 몇 백개씩 빠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더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지는 않더라구요.

 

아마도 창작의 고통이, 그것도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경우에는 더욱 강하고 예민한 형태로 작용해서 몸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전직작곡가'나 '코튼테라스' 같이 기존의 제 이름을 내려놓거나 감추고 음악을 할 때에는 예전에 게임음악 작업을 할 때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디제이맥스에서도 비슷하게 가명으로만 활동하시는 작곡가 분이 계십니다.

 

작곡가들의 수명 연장과 노화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방법입니다.

 

음악이 일, 직업, 브랜드 그 자체가 되는 순간 창작의 자유도는 반대로 더 적어지게 되더라구요. 제가 〈바람에게 부탁해〉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돈을 벌기 위한 음악에 모든 열정을 바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음악만 과하게 추구해 오다가 음악에 싫증을 느끼게 된다면, 결국 나이가 들어서는 온전한 내 작품 하나 남기지 못한 채로 음악의 재미를 더이상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에 호반식당이 저녁 영업을 하지 않게 되면서 그만큼 자유 시간이 더 많아지셨을 듯한데, 여기에 기인하여 일부 유저 분들은 더 많은 시간을 작곡에 할애하여 복귀의 초석을 닦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자유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작년 12월부터 저녁 영업을 쉬고 있는데, 사실 어머님이 당뇨로 인해 건강이 좀 안 좋아지셔서 치료 겸 휴식기를 갖기 위해 요즘에는 식당을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도 마찬가지로 식당 일로 정신 없이 달려왔어서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혹시나 신곡 소식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조금 죄송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한 3년 정도 못하고 있었던 낚시에 다시 재미를 붙여 식당이 끝나면 거의 매일 주변 강들을 수색하면서 낚시를 다니고 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물 소리, 풀 냄새, 새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비워지고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음악가로서의 고충과 식당 일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또 다른 힐링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낚시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러다가 FE의 뜻이 Fishing Expert가 되는 건가요? ㅋㅋㅋ

 

FE를 그렇게 해석하려면 제게 전문가 수준의 장비와 열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라 저에게는 오직 낚시대 하나와 지렁이, 캔커피만 있으면 됩니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목적이지만 저는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그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즐깁니다. 낚시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명상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물론 고기가 입질도 없는 날은 오히려 피로가 느껴지기도 하죠. 짜릿한 손맛도 제가 기대하는 힐링 중 하나입니다.

 


 

 

 

코튼테라스

🍃포근한 일상의 울림 '코튼테라스'입니다. 리메이크재즈,클래식,ASMR등 모든 음원은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하며 사운드로 일상의 힐링이 필요한 시간 코튼테라스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

www.youtube.com

요즘에는 ‘코튼테라스’라는 부명의로도 디지털 음반까지 내며 활발히 활동을 하시던데, 이 명의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2016년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피치게임즈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최훈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GM 프론티어》라는 이름의 야구 게임을 약 4년 동안 개발하게 됩니다.

 

 

야구야, 만화야!? 최훈 그림체 그대로 완성된 'GM 프론티어'

지금으로부터 4년전쯤, 한 '스타트업'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최훈' 작가의 IP를 사용해서 게임을 제작한다고 제보가 들어왔었죠. 유저분들에

www.inven.co.kr

이 부분은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아 이 정도만 하자면, 어쨌든 결국 《GM 프론티어》는 개발비가 떨어져 출시되지 못한 채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그 이후 고향인 이곳 제천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 인생에서 더 이상 게임 개발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게 되었죠.

 

암튼 제천에 내려와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늦었지만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을 건 창작이라는 일이 좀 지치기도 했고,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많이 찾는 콘텐츠가 또 음악인만큼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 기술을 활용해 보기로 한 거죠.

 

'코튼테라스'라는 이름은 기존의 인기 있는 음악 채널들이 여성을 타겟으로 한 명칭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여 짓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악 장르가 클래식이었습니다. 퓨전 재즈나, 팝 음악과 같이 화성이 풍부한 장르가 제가 좋아했던 음악들이었고,

 

무엇보다 게임 음악을 업으로 하다 보니 레퍼런스로 기교로 가득하거나 트렌디한 음악을 주로 들었기에 정반대로 조금 딱딱하고 틀에 박힌 듯한 클래식은 취향에 맞지 않았어서, 그때까지 제 인생에서 클래식이라고는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의 음악들이 전부였죠.

 

그래서 '코튼테라스' 채널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리메이크 재즈 음악을 3개월 정도 준비하여 업로드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조회수가 별로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수익 창출 요건을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여기에 이어 ASMR 성격의 재즈 영상도 올렸었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저조했던 탓에 '채널 운영을 시작하기에 이미 늦은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면서,

 

방향을 틀어 '경쾌한 아침 클래식'이라는 제목의 클래식 모음집 영상을 급하게 만들어서 올리게 되었는데 여기서 조회수가 폭발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클래식 모음집 영상을 꾸준히 제작하게 되었고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특히 ‘동화 같은 클래식’ 이라는 영상은 제가 게임 개발을 하면서 익혔던 '스파인'이라는 툴을 사용해 만든 토끼 인형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배경 영상으로 차용한 덕에 많은 분들께 사랑 받고 있는 영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일반 음악과 달리 악보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라 연주자의 스타일을 크게 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같은 클래식 곡이라도 어느 연주자 혹은 지휘자가 연주했는지에 따라 템포와 강약의 표현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제가 그 동안 클래식 음악을 편히 들을 수 없었던 이유는 너무 뻔한 음악들 위주로 올라온 영상들이 많았고, 지나친 강약과 템포의 변화로 긴장을 하면서 음악을 듣게 되는 거였습니다. 공연장에서 들으면 그 역동적인 감성을 잘 느낄 수 있겠지만 소파에 누워서 들으면 좀 불편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연주자를 위한 클래식이 아니라 청자를 위한 클래식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템포 변화를 줄이고 강약을 평준화하여 배경음악으로 듣기 좋도록 적절히 가공한 것이 ‘코튼테라스’가 추구하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곡을 선정하느라 들어본 클래식 음악들 중에 너무 좋은 숨은 명곡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기존의 교과서적인 음악들이 아닌 정말 여러 의미로 제가 듣고 싶은 클래식 곡들을 찾아서 영상에 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코튼테라스 명의로 나온 음반 중에서 《판타지테라스 Pt.1 - 나비》의 자켓에 쓰인 이미지가 우연히도 BMS(Be-Music Script) 출신의 유명 리듬게임 악곡인 《PUPA》에 쓰인 것과 정확히 동일해서 일부 젊은 유저들이 꽤 재밌게 바라봐 주시고 계십니다. 혹시나 이게 의도된 선정인지?

 

영상과 자켓 이미지에 쓰이는 배경은 주로 Pexels나 Unsplash 등지에서 구한 무료 이미지를 편집해서 쓰는 편인데, 이게 어쩌다가 공교롭게 겹친 듯 하네요. 일단 제가 다른 게임에 대한 정보는 잘 몰라서 특별히 의도를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Unsplash에 있는 Taewoo Kim의 사진

Unsplash에 있는 Taewoo Kim의 이 사진 다운로드

unsplash.com

사실 저도 Unsplash에 가끔씩 직접 찍은 사진을 투고하곤 하는데요. Unsplash에 호반식당 메뉴판 사진도 있다는 걸 아십니까?

 

헐 대박! 저희 식당의 세계적인 홍보대사이시네요. ㅎㅎ

 


 

그럼 마지막으로 이 칼럼을 보고 계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저희 식당에 태우님이 오신 이후로 팬 분들의 방문이 많아졌는데, 이번 인터뷰 방문 이후로 호반식당과 MIL SQUARE가 제천의 관광 코스중 하나가 될까 걱정이네요. ㅎㅎ

 

한동안 전직 작곡가로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들께 식사 대접을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 방문해 주신 네 분 덕분에 제가 오히려 대접을 받은 느낌이라 정말 감동적이고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개발했던 음악 게임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감회도 새로웠고 밤새 깜짝 이벤트로 저를 놀라게 해 주셨던 네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며 손님을 응대하는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개발자로 지낼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직접적인 소통의 중요함을 요즘들어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제 음악을 접하고 나서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린 분들이 '전작가' 채널에 방문하셔서 남겨주시는 댓글 하나하나에 답글을 달며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의 향수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제가 음악가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그 동안 제 소식이 궁금하셨을 많은 분들께 이 칼럼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셨기를 바래봅니다.

 

어떻게 보면 3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저를 새로 알게 되신 분들, 그리고 이미 알고 계셨던 분들을 다시 발견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음악은 제 고향이자 안식처라는 걸 여전히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만큼 언젠가 리듬 게임에서 다시 인사를 드릴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 호반식당, 전작가, 코튼테라스 등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일들을 많이 응원해 주시고 도와주시면 더 빠른 시일에 그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