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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마존에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디제이맥스 피버〉 일반판 신품이 약 16달러에 팔리고 있던 걸 봤다.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대략 21달러로, 한화로는 약 2만 8천원 정도의 가격.
우리나라 쇼핑몰에서 '블랙 스퀘어'와 '클래지콰이 에디션'이 만원도 안 되는 헐값에 팔리고 있는 것처럼, 여기서도 '피버'가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속한(악성 재고가 많이 남은) 상품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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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해외 직배송도 가능했던 상품이었기에 호기심에 못 이겨 한번 주문을 넣어 보았고, 그 이후 한 달 정도의 기다림을 거쳐 국제우편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언젠가 아는 컬렉터 분으로부터 "한국에서 이걸 굳이 사서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변태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기어이 나도 이런 변태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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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맥스 피버〉는 디맥 포터블 시리즈 중에서 북미 시장용으로는 처음 나온 타이틀이다.
2009년 1월 출시작으로, 전체적인 콘텐츠는 포터블 1과 포터블 2의 총집편 개념으로 구성된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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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패키지 뒷쪽의 설명을 잘 보면 인게임 캡처 사진 일부는 포터블 2에서 썼던 것을 그대로 돌려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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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평범한 디맥 일반판처럼 UMD 디스크와 설명서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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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 구성도 포터블 2와 판박이다.
그나마 피버 설명서만의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북미 내수용이라) 영어뿐만이 아닌 프랑스어, 스페인어 섹션도 별도로 할애해 놓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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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맥스 피버〉의 제작진들. 설명서 한 장에 다 들어갈 만큼 팀의 규모가 조촐하다.
중간에 Eco님과 같이 올드 유저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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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D 디스크를 넣었을 때 나오는 스플래시 화면. 포터블 2에서 살짝 리터칭을 거친 듯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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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UI는 포터블 2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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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퀘어와 트릴로지에도 적용된 ECS 노트가 출현한다는 점이 포터블 2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ECS(Entire Control System) 노트는 다른 노트들과 구분되게 초록색으로 나오는데, 배경음의 일부 구간이 키음으로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이 노트를 한번 놓치면 다음 ECS 노트를 칠 때까지 배경음을 몇 초 동안 들을 수 없게 된다.
포터블 2의 스킨으로 ECS 노트의 존재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버그는 일단 무시하고) 이 게임의 진가라면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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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타이틀의 진짜 진가는 OST 모드에서 나온다.
OST 모드에서 들을 수 있는 곡들은 포터블 1·포터블 2의 사운드트랙과 함께 몇 곡의 온라인 수록곡들도 끼워져 있는 구성인데, 이런 부분이 왜 진가냐 하면 리스펙트 V에서 나온 OST 앨범이나 DJMAX ARCHIVE 채널에서는 접할 수 없는 구곡도 여기에 다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곡이 Forte Escape님의 《Knowledge system》. 심지어 이건 리스펙트 V에서도 이모셔널 센스 DLC로 플레이는 할 수 있게 된 곡인데, 왜 아직도 게임 밖에서는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경로가 없을까 개인적으로 조금 의문이다.
승철이형 이 글을 보신다면 온라인 수록곡들 아카이빙도 좀 신경써주세요…
포터블 2의 시스템 사운드도 원래는 여기가 아니면 게임 밖에서 듣기가 어려웠던 음원이었는데, 2022년 9월에 Forte Escape 본인께서 감사하게도 유튜브에 원본 음원을 공유해 주셨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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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디맥 포터블 시리즈의 전 타이틀을 통틀어서 오직 여기에서만 플레이 가능한 수록곡도 있다.
바로 《힙합 구조대》라는 라이센스 곡.
설명서의 제작진 페이지 중 Special Thanks 명단에도 들어간 가수 이현도의 4집 앨범 타이틀곡이다. 근데 왜 하필 여기에만 수록됐는지는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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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디맥 포터블 시리즈에 들어간 '진짜' 모든 수록곡을 해 보기 위해서는 〈디제이맥스 피버〉까지 빠짐없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이렇게 보면 변태 소리를 들을 수는 있어도 컬렉션으로써의 소장 가치는 의외로 충분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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