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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맥 팝업스토어 마지막날(12.17) 방문기

by 블루스크린 (BSofDeath) 2023. 12. 27.

지난 12월 17일에 서울 서교동의 하이츠 스토어에 개설된 디제이맥스 팝업스토어 현장에 다녀왔다.
 
디제이맥스라는 게임 브랜드의 역사를 통틀어 ’팝업 스토어‘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최초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최근들어 '굿즈 징크스'의 상흔을 지우고 있는 디제이맥스로서는 상당히 뜻깊은 이정표였기에 오픈 전부터 필자를 포함한 디맥 유저들의 기대가 높았다.
 

폭발적인 수요를 예상치 못하고 선착순 판매를 감행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펀키스

사실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예로부터 ‘굿즈 징크스’로 악명이 높은 IP였다.
 
굿즈를 냈다 하면 꼭 이와 관련된 사고가 따라붙은 탓에 붙게 된 꼬리표인데, 불과 2022년 4월까지만 해도 한정판 키보드의 판매 과정에서 수요예측 실패에 기인한 사고가 발생해 이 징크스의 존재가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공식 굿즈 스토어까지 개설하는 등 오히려 굿즈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징크스가 옅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요즘 ‘MZ 브랜드’라면 한번쯤 건드려 본다는 팝업 스토어까지 넘보기 시작했다니 유저 입장에서는 참으로 공식을 대견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옅어지고 있는 징크스에 확실하게 종말을 고하는 역사적인 현장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팝업 스토어 현장에 반드시 직접 보기로 했다.


살인적인 일정

팝업 스토어 자체는 15일(금)부터 17일(일)까지 3일간 열렸었지만, 필자가 17일 하루밖에 가지 못 했던 이유는 하필 종강 직전 기말고사 기간이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팝업 스토어가 막 열렸던 금요일에도 시험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험공부 때문에 주말 양일을 전부 투자하기는 어려웠던 입장이었고, 그 중에서 벡스터 PD 사인회가 열리는 일요일만큼은 절대 사수한다는 마음이었다. (토요일 사인회를 주관하셨던 마모씨님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크다ㅠ)
 

하이츠 스토어 주변에 있는 합정역까지는 필자가 거주하는 곳에서 전철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사인회가 열리는 12~14시 부근에 맞춰서 매장에 들어가려면 최소 몇 시에 출발하는 게 좋을까?
 
하이츠 스토어의 입장 정책은 이랬다.

통상 오전 10시부터 대기번호를 발급해 주기 시작해, 오후 12시에 개장한 뒤부터 대기번호 순서에 따라 입장한다. 일 최대 수용 가능한 대기 인원은 600명 수준.

 
그런데 앞선 이틀간 '선발대'들이 알려준 현실은...

오픈런 대기줄이 오전 7~8시부터 생기는 거 보고 놀랐다.
12시에 개장 후 2시간도 안 되어서 대기가 마감되더라.

 
아… 이거 무조건 타야 되겠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 5시에 출발하는 1호선 광운대역행 첫차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 도착하면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했던 그날의 새벽 강추위를 밖에서 2시간 이상 견뎌야 할 운명이었기에, 열차 안의 따뜻한 공기를 최대한 만끽하면서 갔다.
 

하이츠 스토어 앞에 다다른 것은 오전 7 20 즈음이었다. 이때 벌써 앞에 70 의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날 유저 커뮤니티에서 본 것으로는 오전 5시부터 대기를 선 사람도 있었다고 하던데, 이 추운 날씨에 정말 대단한 집념이다. 그때 집을 나서고 있었던 필자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필요하신 분 가져가 -디붕이가-"

대기하던 중에 핫팩을 무료로 나눠 주거나 쓰레기 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며 함부로 쓰레기 투기를 하지 말 것을 독려하는 유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먼저 도착해 대기를 하고 있던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행동이었는데, 강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했던 따뜻한 선행의 현장이었다.


대기를 할 때에는 손이 엄청 시려서 고생했던 것 같다. 정말 잠깐 공기 중에 노출되도 그새 감각이 마비되기 시작할 정도의 강추위였다.
 

물론 이럴 줄 알고 군대에 있을 때 쓰던 방한 장갑을 가져왔긴 했지만, 장갑을 끼면 휴대폰 터치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게 상당히 뼈아픈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장갑을 아예 포기하고 양손을 번갈아서 한 손은 휴대폰 잡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하며 어떻게 버텼던 것 같다…
 
한편 발은 "발이 엄청 시릴테니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선발대의 후기를 보고 단단히 어그 부츠를 신고 온 덕에 괜찮았다.
 

대기하다가 심심해서 그날 하루 운세를 봤다.
 
조상님의 은공까지 작용하는 최상의 하루라고 하는데, 정작 아침부터 최하의 기온에 노출되어 있던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 운세를 시큰둥하게 여겼다.
 

그런데 오전 8시에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매장 문이 예상보다 2시간 일찍 열리며 8시부터 대기번호 발급이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하이츠 직원 분들이 금·토 이틀간에 펼쳐졌던 엄청난 오픈런 인파를 본 뒤로, 앞선 날들보다 역대급으로 추웠던 날씨 속에서 안전 사고를 우려해 오픈을 앞당긴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에는 2~3시간 서 있을 것을 각오하고 왔었는데 어떻게 30분 줄 서고 잘 끝나게 되었다.
 
하이츠 직원 분들의 현명한 판단과 조상님의 은공에 감사하다.
 

하필이면 이때 받은 대기번호도 77번이다. 진짜 행운의 날.

이렇게 입장 순서를 확정지었으니 오픈런을 뛰러 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앞선 날들의 사례를 보면 내 순서는 12시 50분 즈음에 입장할 것이 유력했기 때문에 앞으로 4시간 동안 어디서 자유롭게 놀다가 오면 되었다.


홍대 T1 베이스캠프

그래서 같이 온 친구를 따라 이 근방에서 장비가 우수하다고 소문이 난 'T1 베이스캠프' PC방을 갔다. 이곳에 오니 이미 일찌감치 와 있던 다른 디맥 유저들이 30석 가량은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나도 여기에 한 석을 더 보탰다.
 

박자가 참으로 난해하다고 소문 난 'Carrot Carrot' 4B SC를 (그때 사운드 설정이 꼬인 바람에) 소리도 안 듣고 맥스 콤보로 처음 깼다. 그 정도로 이곳의 장비 수준이 진짜 좋기는 한가 보다.
 
하지만 그날 컨디션 이슈로 이 판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대상혁 카페'는 실존했다

PC방에 들른 뒤에는 인근에 위치한 '별천지설농탕'에서 설렁탕 한 그릇과 왕만두를 먹었다.
 
추운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 땡겼던 와중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보이던 이 집에 들어간 건데 의외로 평이 괜찮고 맛있는 곳이었다. 포장 판매는 그럴 수 있어도 택배 주문 판매까지 내걸고 있던 범상치 않은 곳.


시간이 흘러 12시 50분이 되었고 드디어 입장할 차례가 되었다.
 

주문지가 깔끔한 이유는 내가 사려던 건 전부 프리오더밖에 안 됐기 때문...

입장 직전에는 하이츠 직원 분이 대기번호 순서에 따라 10명씩 줄을 세운 뒤 주문지를 나눠주면서 입장 전 유의 사항을 알려줬다. 프리오더는 별도 절차로 해야 한다거나, 한 번 나가는 순간 재입장이 어렵다거나 등등…
 
그러고 나서 한 2~3분 정도를 기다리니 드디어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대문짝만한 흥이(엘 클리어) 그림.

 

매장이 꽤 북적거렸지만 회전율 관리는 잘 되고 있는 듯했다.

 

이 팝업 스토어의 진 주인공인 의류 굿즈들.
 
'BGA 게임 캐릭터들이 입고 나온 옷을 실제로 입어볼 있다면 어떨까?'란 물음을 강조한 점이 개인적으로 꽤 흥미롭게 다가왔던 기획이었다.
 

양말까지 놓칠 수 없습니다

 

이날 필자가 골랐던 건 페일 후드 페일 반팔티였다. 정말 망이단으로서 사심이 가득 담긴 픽.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으로서 포토카드를 2장 받은 모습

그렇게 후드 79,000원, 반팔티 39,000원으로 도합 118,000을 현장에서 일시불로 질렀다.
 
아쉬운 건 필자가 방문했던 시점에 재고가 이미 다 소진된 옷들이었기 때문에 모두 프리오더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이것들은 내년 2월 말에나 입어볼 수 있게 됐다.
 

사실 현장 갔다 온 뒤에도 미련이 남아서 온라인으로 로키 크루넥까지 지른 건 비밀. (+69,000원)
 

가격이 은근 세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기본적으로 브랜드 의류이기도 하고, 현장 구매에 성공한 지인 말로는 국산 위주의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될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동안 하이츠에서 이뤄진 다른 콜라보들과 비교해 보면 이번의 가격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축에 속한 듯. 다른 콜라보에서는 양말이 10,900원 할 때 여기서는 그래도 9,900원으로 네 자리 수를 지킨 걸 보면…
 

매장의 또다른 한켠에는 기존에 공식 굿즈 스토어에서 판매됐던 다른 장식용 굿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 하이츠 콜라보를 기념하여 나온 새 굿즈까지.
 
여러모로 이제는 아크릴 스탠드에 꽤 일가견을 지니게 된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시즌6 엘 클리어 버전의 피규어 시제품.

그러나 아크릴에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 그 옆에는 2024년 중에 발매가 예정된 1/10 피규어의 시제품도 자리하고 있었다.
 
피규어의 조형은 클리어패스 시즌6에서 보여줬던 레이싱 테마에 기반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시즌6 테마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흥미롭게 봤던 시제품이다.
 
내정된 제작사는 이전에 원신, 붕괴3rd 등의 공식 피규어를 제작한 바 있었던 에이펙스 토이.
 

여담으로 원래는 엘 페일 버전도 전시가 되어 있었다는데, 앞선 날에 전시된 피규어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해 필자가 방문했던 날에는 이것을 볼 수 없었다. 망이단 울어요...
 

큰 쿠션
작은 쿠션

 

매장 안에는 포토 부스도 있어 흥망이를 배경으로 인생네컷 컨셉의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사인회가 열리던 시간 중에는 이용을 제한하고 있던 바람에 이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은 보지 못한 듯.
 

그대신 매장 앞에서 '안아줘요'

이날 팝업 스토어 현장에서 절대 놓칠 수 없었던 벡스터 PD님의 사인회 현장. 다행히도 원래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잘 맞춰서 간 덕에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날 사인회에 많은 관심이 몰렸던 덕에, 본래 14시까지 예정되어 있던 사인회가 연장을 거듭하여 17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고.
 

사인지, 플스펙트 패키지, 한정판 키보드에 도합 세 번의 사인을 받은 후, '디맥늬우스' 제작자로서 영광의 기념 사진 한 장.
 
이 사진은 디맥 제작진 내에서 게임 디자이너를 맡고 계신 바티스타이거님이 찍어 주셨다. 사실상 사인회 내내 옆에 붙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휴대폰을 손에 들며 전속 사진사로 활동하신 분이다. 바티스타이거님의 노고에 감사하다.
 

사인을 받으면서 한 가지 놀랐던 부분이 있었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블루스크린 입니다."
"아...! 혹시 그 분?"

 
알고 보니 '디맥늬우스'를 계기로 필자를 닉네임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었다.
 
이 순간 '지금까지 설마 설마 했었는데 진짜 제작진 분들도 보고 있었구나…' 하는 확신과 함께,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섞인 감정이 엄습해 왔다. 아무튼 성불합니다...
 

심지어 디맥 공식 유튜브에 박제되기도

 

매장 내에 다른 제작진 분들도 많이 계셨어서 그 이후에도 한정판 키보드를 거의 사인지마냥 들고 순회를 돌았는데,
 
벡스터 PD님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진 분들도 십중팔구 닉네임을 알아보고 반응해 주셔서 솔직히 감동적이면서도 무서웠다(…) 사실상 이 정도면 명예 파트너가 아닐까…?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현재 리스펙트 V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고 계신 덤핑라이프님.
 
이 분의 사인은 반드시 포터블 3 패키지에 새기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포터블 3를 상징하는 곡인 'Hanz Up!'의 BGA를 제작했던 분이 바로 덤핑라이프님이기 때문.
 

이 BGA의 컨셉은 훗날 리스펙트 V에 '포터블 3' DLC가 나왔을 때 한번 오마주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테마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인을 받으며 덤핑라이프님께 한 가지 질문을 드려봤다.
 

혹시 핸즈업 흥망이는 아크릴 굿즈로 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긴 한데,

캐릭터 앞에 세워진 디제잉 장비가 너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탓에 아크릴 스탠드로 낼 때 조금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서 이 점을 조금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친절하게 답변해 주신 덤핑라이프님께 감사합니다.
 

패턴팀장 쩨온님과 '오타쿠 하트' 시전

총평

디제이맥스 열성 팬으로서, 기대 이상으로 충분한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오프라인 행사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말고사를 챙겨야 한다는 이유로 일요일 하루밖에 오지 못 했던 게 내심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기말고사는 잘 봤으니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
 
이번 팝업 스토어가 공식 오프라인 행사의 전면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 된 만큼, 이 분위기 그대로 내년에는 콘서트가 6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되는 광경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유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스태프 분들께 감사합니다.
 

현장에 오지 못 했던 팬 분들은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분위기를 간접 체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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