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2024 플레이엑스포(PlayX4)가 일산 킨텍스에서 4일간 열렸었다.
플레이엑스포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게임 쇼인만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찾아볼 수 있는 자리인데, 필자가 좋아하는 리듬게임 장르도 예외가 아니다.
이쪽에서는 대표적으로 BEMANI 시리즈의 공식 수입사인 유니아나와 〈펌프잇업〉 시리즈의 개발사인 안다미로가 매년마다 빠짐없이 모습을 비추는 편.
올해 플레이엑스포에서도 앞서 열거한 업체들을 포함해 다양한 참가사에서 출품한 리듬게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신작이 많이 출품된 편이라 그만큼 흥미로운 볼거리가 더욱 많았는데, 이 글에서는 올해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보았던 출시 예정 리듬게임들과 이들을 보고 느낀 소회를 간단하게 기록해 보고자 한다.
폴라리스 코드 (코나미)
단언컨대 올해 플레이엑스포에서 가장 많은 리듬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게임.
올해 3월부터 일본 오락실에서 가동되기 시작한 코나미의 아케이드 리듬게임 신작 〈폴라리스 코드〉다.
BEMANI 같지 않은 BEMANI
지금까지 나왔던 코나미의 아케이드 리듬게임들은 BEMANI 시리즈로 한데 묶여서 수록곡과 운영 성향에서 공통점을 꽤 공유하고 있던 점이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그런데 〈폴라리스 코드〉는 이 특유의 'BEMANI스러운' 색채를 최소화한 동시에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오리지널리티에 더욱 집중한 듯한 게임이다.
🌟━━…‥・
— ポラリスコード公式 (@PolarisChord573) May 2, 2024
会いに来た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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ポラリスコード公式サイト▼https://t.co/3ep4gybJ9F#おめシス#ぽらりこ pic.twitter.com/7BkCGZTjPH
세가의 〈온게키〉 시리즈에서 따온 듯한 레버형 조작계나(여기서는 '페이더'라고 부른다) 현재로서는 철저히 버츄얼 유튜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콜라보레이션과 같은 부분에서, 타사 리듬게임들에서 느껴지는 캐주얼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듯한 인상.
한편 코나미 리듬게임으로서는 갤러리를 특히 겨냥한 하드웨어 요소가 오랜만에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플레이 UI가 나오는 화면 바로 위에 세로로 또 놓인 화면이 그것.
여기서는 현재 플레이되고 있는 곡의 정보를 보여줌으로써 지금 흐르는 곡이 궁금한 갤러리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또한 내비게이터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큼지막하게 보여주기도.
국내 정식 발매의 가능성
최근에 유니아나가 이 작품의 한국판 발매를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된 〈폴라리스 코드〉의 시연은 사실상 일종의 로케이션 테스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에 이번 기회에 발매가 성사된다면 한국에 정식 발매된 BEMANI 타이틀로는 2018년 〈댄스러시〉 이후 6년 만의 최신 발매작이 된다.
'6년 만의 한국 정발'이라는 점에 다들 기대감이 고조됐는지 폴라리스 코드의 시연 대기줄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픈런부터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물론이고 길게는 5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플레이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다만 이러한 인기가 발매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계속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플라티나 랩 (하이엔드 게임즈)
PC 리듬게임 쪽으로는 하이엔드 게임즈의 출시 예정작인 〈플라티나 랩〉이 가장 큰 기대를 모았다.
하이엔드 게임즈는 올해 초 설립된 신생 개발사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게임 디자이너 출신인 김태준(revol21c) 대표님이 지휘를 맡고 있다.
이 게임, 캐릭터가 대단하다
〈플라티나 랩〉은 기본적으로 디제이맥스나 이지투온과 유사한 정통 탑다운(Top-Down) 방식의 리듬게임이지만, 게임 요소에서 캐릭터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이 게임만의 차별점이다.
공식 홍보자료에서도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라고 소개할 정도.
이러한 기조는 플레이 화면에서부터 드러나는데, 레인의 오른쪽에 플레이어를 응원하는 듯한 캐릭터의 모습을 항상 비춤으로써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의도한 듯한 그림.
향후 개발을 더욱 진행하면서 캐릭터에 얽힌 시놉시스와 스토리를 보완하는 것은 기본이고, 진영전과 같은 협동형 콘텐츠도 선보이는 등 캐릭터 게임에 걸맞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기타도라 유저에게 수상하게 익숙한
사실 김태준 대표님은 한때 기타프릭스 초고수로서 방송에 출연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20년 넘는 플레이 경력을 보유한 골수 기타프릭스 유저이시다.
그 때문인지 〈플라티나 랩〉의 시스템에서 유독 기타도라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한 부분이 꽤 보이는데, 이 점이 재밌게 느껴져서 따로 문단을 할애하여 소개해 본다.
먼저 섹션 시스템.
한 악곡을 여러 개의 파트로 나누어 파트별로 각각 별도의 성과를 부여하는 시스템으로, 기타도라 유저들에게는 저절로 프레이즈 시스템을 연상케 하는 요소다.
그리고 개인 레이팅 체계인 마스터리 시스템도 은근 기타도라의 스킬 포인트를 쏙 빼닮은 모양새다.
사실 요즘은 기타도라 말고도 개인 레이팅 체계를 도입한 리듬게임이 많아서 꼭 기타도라를 참고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느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마스터리 점수가 매겨지는 범위를 잘 보면 하필 기타도라의 스킬 포인트와 꽤 유사하다. (왜 하필 예시로 보여준 게 8500 직전의 수치일까)
이렇게 여러모로 대표님의 출신(?)이 잘 보이는 게임이지만, 아직 개발 중인 사항이라 변경될 여지가 적지 않으므로 재미로만 보시길.
리듬게임에 진심인 개발진
〈플라티나 랩〉의 제작진 중에서 리듬게임에 진심인 사람은 김태준 대표님뿐만이 아니다.
사실 이 게임 자체가 하나같이 리듬게임에 진심인 유저 분들이 모여 빚어낸 대단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리듬게이머에 의한, 리듬게이머를 위한, 리듬게이머가 낳은 리듬게임.
PLATiNA :: LAB
— PLATiNA :: LAB (@PLATiNALAB) May 17, 2024
플레이엑스포 시연 버전의 수록곡 리스트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리듬게이머를 겨냥하기 위해 공을 들인 듯한 부분이 엿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리듬게이머를 잘 아는 사람들이 기획했기에 나올 수 있는 라인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QWER에 환호할 것이고,
누군가는 Osamu Kubota에 놀랄 것이며,
누군가는 Sobrem에서 비명을 지를 것이고,
누군가는 Forte Escape를 보고 감동을 금치 못할 것.
개발 초기인 현재는 리듬게임 본연의 재미를 충족하는 것에 우선하여 기본적인 게임성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꽤 빛을 발하고 있는 듯 여기에 출품된 시연 버전은 3개월 만에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나쁘지 않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한편 〈플라티나 랩〉은 빠르면 올해 말에 얼리 액세스 출시를 예정 중.
칼파: 코스믹 심포니 (케세라 게임즈)
현장에서는 케세라 게임즈의 출시 예정작인 〈칼파: 코스믹 심포니〉도 보였다.
모바일 리듬게임 〈칼파〉의 PC 완전판을 자칭하는 게임으로써, 2022년에 처음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던 이래로 플레이엑스포 출품은 이번이 두 번째.
현장에서는 키보드와 함께 전용 컨트롤러로도 게임을 시연해 볼 수 있었는데, 컨트롤러는 키들이 일자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키보드에 익숙한 유저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형태였다.
이 컨트롤러는 정식 출시가 계획된 바는 없지만 뒤에서 소개할 크라우드 펀딩의 후원자 보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KALPA Cosmic Symphony 1⃣
— K-리겜알리미@5.16 DJMAX SEASON 12 (@K_RhythmCheck) February 19, 2024
변속곡
현재 칼파 PC판에 수록된 6곡 중 2곡은 변속이 존재합니다.(Another Me, Giselle)
해당 변속곡은 선곡 인터페이스에서 'SPEED'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가속의 경우 파란 화살표(🔼), 저속의 경우 빨간 화살표(🔻)로 플레이 중에 표시됩니다. pic.twitter.com/V63JpwkDbu
이 게임의 시스템에서 제일 고평가하고 있는 부분은 변속곡을 플레이하는 경우 정확한 변속 타이밍을 명기해준다는 점이다. 변속 기믹을 가진 곡들은 대개 템포가 급작스럽게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있다면 비교적 안심(?)하면서 연습을 할 수 있을 듯.
정식으로 스토리 모드도 제공하는 게임인만큼 세계관 구축에 많은 정성을 쏟은 흔적이 보였는데, 현장에서 게임을 시연하고 받을 수 있던 굿즈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스토리 모드가 있는 게임에서는 스토리를 매우 비중 있게 보는 편이라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부분.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오늘(6월 6일)부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한 달간 열고, 올해 말 얼리 액세스 출시를 예정 중이다. 이번 펀딩 개시와 함께 또다시 데모 버전이 제공 중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체험해 보시길.
니엔텀 - Op. ZERO (케세라 게임즈)
케세라 게임즈가 준비 중인 또다른 PC 리듬게임 신작 〈니엔텀 - Op. ZERO〉도 볼 수 있었다.
이쪽은 올해 처음 공개된 완전 신작으로, 플레이엑스포 부스로는 이번이 첫 출전.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하드코어 요소를 즐기는 기성 리듬게이머를 주된 타깃으로 삼았다면, 〈니엔텀 - Op. ZERO〉는 캐주얼한 게임성으로 보다 다양한 플레이어를 겨냥한 작품.
이 게임의 정확한 장르는 리듬 러닝(Running) 게임으로, 타이밍에 맞춰 캐릭터를 조작하여 상하좌우로 스크롤되는 맵을 탐험하는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뮤즈 대쉬〉나 〈지오메트리 대쉬〉 같은 게임들의 문법과 유사,
게임 플레이는 마치 하나의 극을 보는 것처럼 스토리와 최대한 융합된 형태로 진행된다.
데모 시연에도 15분이라는 꽤 긴 시간을 할애한 부분에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는데, 그런 만큼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동화적 감성이 제일 큰 강점.
〈니엔텀 - Op. Zero〉도 칼파 PC판과 같이 올해 말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케세라 게임즈에게 2024년은 여러모로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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