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
퀘스트 7-1; 또 시작되는 분열
다시 커져가는 불안
START를 눌러 대화를 시작하세요.
레나:
프로듀서님, 하이틴이 점점 더 진지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긍정적인 현상이네요. 이러다 정말 TSGP 우승이라도..!
아잇, 미리 김칫국을 마셔봤자 도움 될 것이 없죠. 그럼, 예산 정리를 마저 마무리합시다~!
그때, 프로듀서 실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레나:
네, 들어오세요!
어두운 표정의 유리가 들어온다.
유리:
프로듀서 님, 레나 님..
레나:
유리 양, 무슨 일인가요?
유리: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마음을 다잡은 듯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리:
..죄송하지만 하이틴을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레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입이 떡 벌어졌다.
레나:
유리 양.. 혹시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면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어요!
혹은 세나 양처럼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신 상황이면 우리가 도와드릴 수도..
유리:
죄송해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유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유리: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밖에 설명해 드릴 수 없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유리가 나가며 방문을 닫았다. 프로듀서 실의 공기가 깊게 가라앉았다.
레나:
프로듀서 님, 대체 무슨 일일까요. 유리 양이 갑자기 이렇게 그만둘 리가 없는데.
누구보다 하이틴으로 활동하는 걸 만족해하던 맴버였다고요!
레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레나:
유리 양이 이렇게 그만둘 리 없어.
프로듀서 님, 우리 함께 그 이유를 찾아봐요.
퀘스트 7-2; 허름한 바
그녀는 곧장 바에 도착했다
[Remember] HARD 400 콤보 이상으로 클리어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위치한 허름한 바에서 맑은 기타 소리가 들린다.
싸구려 조명이 구석을 비추고 있다. 딱 봐도 손님은 거의 없다.
바텐더는 벽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기타 소리가 맑아 더욱 처량했다. 연주자는 바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연주한다.
그 모습을 유리가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진:
감사합니다.
유진이 연주를 마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얼마 남은 사람조차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유리는 그런 그를 향해 쏜살같이 다가섰다.
유리:
..유진 오빠.
유진:
..유리? 네가 여길 왜?
당황한 유진이 되물었다. 그는 순식간에 부끄러워졌다.
유리:
..이야기 들었어. '더블 유'.. 해체됐다면서.
유진:
..그건 네가 더 알 바 아니잖아.
유리:
어떻게 내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 잘 지낼 거라고 믿었는데..!
유진:
왜 날 찾아왔어.
유진은 갑자기 화가 나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조차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못 찾고 있었다.
유진:
어차피 네가 이렇게 행동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돌아가.
유리:
..다 나 때문이야, 그렇지?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더블 유' 밴드는..
유진:
그게 왜 네 책임이야. 우리 밴드가 무너진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나 때문이라고.
그만 울고 어서 돌아가. 손님들한테 방해되니까.
유진은 유리에게 말하며 비로소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이다.
유진:
어서 돌아가, 유리. 난 괜찮아.
유진은 가까스로 웃어 보였다.
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결심이 선 표정으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유진:
뭐하는 거야? 내려가, 어서.
유리:
싫어, 같이 노래할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유진도 그녀를 멍하니 보다가 천천히 기타를 꺼내 들었다.
유리:
유진 오빠를 돕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Remember] HARD곡을 400 COMBO 이상으로 부르자.
오랜만에 '더블 유' 보컬과 기타리스트의 무대였다.
손님들은 어느새 앵콜을 외치고 있다.
유진과 유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씩 웃었다.
퀘스트 7-3; 기억
기억과 책임
START를 눌러 대화를 시작하세요.
유진:
고마워.
유진은 진심이었다. 그는 유리의 시선을 느끼고 천천히 웃었다.
유진: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원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취미로 했을 뿐이니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 이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유진은 후련한 척 애써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가에는 슬픔이 깊게 배어 있었다.
유리:
유진 오빠.. 거짓말하지 마.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유리:
고등학교, 내가 처음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해.
저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유진:
...
유리:
오빠가 1년 동안 작곡한 곡만 15곡이 넘었던 거, 혹시 기억하고 있어?
유진:
..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역시 거짓말이야, 맞지?
유진:
...
유리:
내가 하이틴 맴버로 캐스팅 될 때, 우리 모두 밴드 유지에 위험이 있을 걸 알고 있었지.
그때 오빠가 희생했던 것처럼 내가 희생할게. 이제 내 차례야.
유진:
유리야. 그건 네가 과하게 행동하는 거야. 다시 말하지만 밴드의 책임은 나한테 있어.
유리:
혼성 밴드에서 맴버 하나가 빠지는 건 그 밴드에게 치명적인 일이잖아.
이 책임은 나에게 있어. 괜찮아, 아이돌 생활은 이미 충분히 즐겼으니까.
유진:
유리..
유리:
오빠, 난 괜찮아. 알겠지?
유리의 담담한 표정에 유진은 고개를 천천히 떨구었다.
퀘스트 7-4; 포기와 선택 사이
그가 찾아왔다
[You & Me] NORMAL MISS 10개 이하로 클리어
프로듀서실에 누군가 찾아왔다. 훤칠한 외모에 기타를 매고 있는 남자였다.
유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님, 레나 매니저님. 전 유진이라고 합니다.
레나:
안녕하세요, 엇! 이름이 유진..이라면 혹시..?
유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레나:
그럼요. 유리 양이 있던 팀의 리더, 그.. '더블 유'의..
유진:
맞아요. 해체됐지만. 아무튼 오늘 제가 찾아뵌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고,
레나:
해체됐다고요?
레나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가로챘다.
유진:
네, 아무튼 그건 별일 아닙니다.. 사실, 지금 유리가 저와 함께 있습니다.
레나의 눈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레나:
그래서.. 하이틴을 그만두었던 거군요.
유진:
하이틴을 그만뒀다니. 유리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먹었나보네요.
유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유진:
죄송합니다. 모두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유리에게 돌아가라고 말해도 잘 듣지 않으니, 매니저 님과 프로듀서 프로듀서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유진이 말하는 찰나, 프로듀서실 문이 열리고 하이틴이 들어왔다.
세나:
오, 유리가 말한 그 짝사랑 오빠구나!!!
제이:
세나.. 아, 그냥 마음대로 해라..
제이가 포기한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유진:
아, 예. 안녕하세요.
세나:
우리 연습하는데 유리 포지션 좀 맡아주세요.
유리가 없으니까 연습 진행이 안돼요.
유진:
네?
세나의 발언에 유진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진:
..세나 양이었던가요. 세나 양은 유리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걱정되지 않나요?
비난의 의도라기보단 진심으로 궁금했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세나:
당연하죠!
세나가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세나:
..하이틴을 그만두는 건,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영문을 모르는 유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세나:
자자, 그러니까 우선 연습 좀 도와주세요!
유리는 알아서 돌아올테니!
레나:
..프로듀서 님, 좀 웃긴 상황이 됐지만 유진 님 프로듀싱을 부탁드려요.
이번 미션은 [You & Me] NORMAL 곡을 MISS 10 이하로 연주하는 겁니다.
레나:
고생하셨습니다, 프로듀서 님! 이제 유진 님과 대화를 나눌 차례네요.
퀘스트 7-5; 대안
돌아서 갈 줄도 알아야 한다
START를 눌러 대화를 시작하세요.
유진:
이런 일로 혼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레나:
..아니에요. 한 가지 유진 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유리 양이 만약 돌아온다면.. 유진 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유진:
저는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야죠.
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레나:
음악을.. 포기해도 괜찮아요?
유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제가 잘나서 밴드가 운영된 건 아니었거든요.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된 거죠.
그때, 나는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유진에게 몇 마디를 건넸다.
그 몇 마디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유진은 충격을 받은듯 얼어 붙었다.
그는 일순간 아주 깊은 고민에 빠진 듯 했다.
유진은 곰곰이 고민하더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나도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 같다.
과연 유리도 납득할 수 있을까?
유리가 머무는 바엔 어느새 사람이 많아졌다. 그녀 덕분이었다.
유리:
유진 오빠는 대체 어딜 간 거야. 요 며칠간 통 보이질 않잖아.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래.. 다행이야.
유리는 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이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유리:
..어쩔 수 없는 거야.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엇, 프로듀서 님, 레나 매니저님! 어떻게 이곳에..?
레나:
유리 양, 우리 돌아가요. 유리 양의 생각은 존중해요.
레나가 말했다.
레나:
유진 님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아요.
그분께서 유리 양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유리:
..하지만..!
레나:
유진 님이 요 며칠 보이지 않았죠? 유리 양.. 이미 충분히 노력했어요.
그만 집으로 돌아오세요.
레나의 말에 유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리:
죄송해요. 무턱대고 말도 없이 나가서. 하지만 유진 오빠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레나:
알아요. 처음 음악을 접하게 만든 사람이죠?
그리고 유리 양의 첫사랑이기도 하고요.
유리:
그건..! 이젠 아니에요. 제 행동은 동료애에서 비롯된..!
유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레나:
네. 잘 알고 있어요. 소중한 동료였다면, 그 동료의 의견도 존중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진 님은 유리 양이 지금 하이틴으로서 존재하길 원해요. 그게 본인 마음에도 더 편하다고 했으니.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살짝 움찔거리는 걸 보니 조용히 울고 있는 것 같다.
레나:
유리 양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요.
레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문을 열고 바를 나섰다.
레나:
프로듀서 님이 말씀하신대로 회유하니까 잘 설득할 수 있었네요.
레나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는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유리는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그녀는 하이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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