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새로운 콘텐츠 소비용 태블릿으로 장만했다. 그것도 256GB 셀룰러 모델로.
새로운 '소비용 태블릿'
이는 2021년에 '파이어 HD 8 10세대'를 장만한 지 정확히 2년 만이다. 구매일로만 따지면 나와 2년을 함께 한 제품이지만, 정작 2021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군 생활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막상 본격적으로 실사용을 했던 기간은 6개월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게 함정.
처음에 파이어 탭을 잡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성능에 대한 일체의 희망을 버리고 완전히 동영상과 전자책을 감상하는 데에만 이 기기를 활용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었기에, 어느새부턴가 이 기기에 SNS 확인이나 RSS 피드 읽기 같은 추가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동시에 답답한 동작 속도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몇 개월간 웹 서핑에서조차도 한 박자씩 늦게 반응하는 파이어 탭의 절망적인 퍼포먼스 수준에 신음해 오다가 결국 고심 끝에 '이 기기 말고 아예 처음부터 좋게 나온 모델을 새로 쓰자'는 결정을 내렸다. 콘텐츠 소비용이지만 마냥 콘텐츠 소비용으로만 그치기엔 아까울 정도로 원할 때에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이런 '숨은 천재' 같은 느낌의 제품을 원했던 나로서는 아이패드 미니 제품군이 딱 제격이었다.
그런데 사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8인치대 태블릿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성능을 가진 모델이 아이패드 미니밖에 보이지 않긴 했다. 요즘 8인치대 태블릿 시장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이유로는 화면 크기가 7인치대까지 뻗어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화면 크기에서 오는 메리트가 상실되었다는 점이 주로 꼽힌다. 그래서 요즘 8인치대에서는 '파이어 탭' 같은 저가형 제품들만 날개 돋친 듯이 팔릴 뿐 중급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아이패드 미니는 8인치대의 성능 좋은 태블릿을 원하는 나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은 제품이었다.
누군가는 굳이 콘텐츠 소비용 태블릿을 꼭 8인치로 써야 하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10인치 이상의 모델을 들이면 이미 '생산용 태블릿'으로 잘 쓰고 있는 13인치의 서피스 프로 9과 포지션 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기존에 쓰던 파이어 탭과 같은 8인치 모델을 그대로 채택함으로써 일종의 급 차이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기어코 샀다. 정가가 약 124만원이나 하는 256GB짜리 셀룰러 모델을 교육 할인에 신학기 프로모션까지 끼워서 94만원이라는 특가에 업어올 수 있었다. 교육 할인 사랑해요.
언박싱
상자를 처음 열면 반투명 종이로 싸여진 아이패드 미니 본체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 패키지 구성에서 전원 어댑터를 별매품으로 제공하며 환경 보호에 크게 앞장서고 있는 애플이지만 유독 아이패드에서는 이것이 예외다. 최대 20W PD 출력의 USB-C 어댑터가 USB-C to C 케이블과 함께 기본 구성품으로 포함되어 있다.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충전 및 데이터 전송 포트로 USB 3.2 Type-C 단자를 채택했다.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에서만 본다면 이게 USB-C 포트가 탑재된 첫 번째 모델이다.
요즘 애플은 2018년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아이패드 제품군의 데이터 전송 단자를 USB 2.0 기반의 라이트닝에서 USB 3.0 기반의 Type-C로 갈음하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이어서 올해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 15'를 시작으로 아이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어서 요즘 아이폰 사용자들의 기대가 크다.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한 여느 아이패드 모델답게 지문 인식 센서가 있는 전원 버튼을 통한 '터치 ID' 사용이 가능하다. 가로 방향으로 놓고 두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도 왼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충분히 인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가 아담해서 큰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화면을 쳐다보기만 해도 인식이 되는 페이스 ID와 다르게 손가락을 일일이 가져다 대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iPadOS 15를 기본 탑재하고 출시되어 글 작성 시점 기준 16.x까지 사후 지원 중이다. 아이폰으로 치면 아이폰 13 시리즈와 거의 동일한 페이스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후술하겠지만 실제로 프로세서도 아이폰 13과 같은 A15 바이오닉을 채택했다.
본체의 얇은 두께에 비해 후면 카메라 렌즈가 조금 심하게 돌출되어 있어, 케이스 없이 생으로 사용할 때 평평한 바닥에 놓으면 수평이 맞지 않는 애로사항이 있다. 흔히 '카툭튀'라고 일컫어지는 현상.
스펙 살펴보기
프로세서는 아이폰 13 시리즈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A15 바이오닉이다. 다만 클럭은 2.92GHz로 살짝 하향되어 들어갔다. (아이폰에서는 3.23GHz)
똑같이 A15 바이오닉을 탑재하고 있는 아이폰 중에서도, 구형 폼팩터를 채택하여 13보다도 성능 발휘 측면에서 이점이 큰 아이폰 SE3와 긱벤치 6 벤치마크 점수를 비교해 보았다.
싱글코어 점수는 둘이 비슷하게 나오지만 멀티코어 점수는 아이패드 미니 쪽이 약 700점 가량 더 높았다.
GPU 점수는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폰 SE3보다도 약 2,000점이나 높았다.
그 이유에는 아이패드 미니에 5코어 GPU가 내장되어 있음으로써 아이폰 13·SE3보다도 GPU 코어 수가 1개 더 늘었다는 점이 한몫한다. 그래서인지 모바일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고의 게이밍용 태블릿이라는 호평까지 받을 정도로 높은 그래픽 퍼포먼스를 원하는 유저들에게서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나름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화면비는 16:10.5 비율(2266 x 1488, 326ppi)이다. 16:10도 아니고 16:10.5라니 이게 무슨 변태 같은 화면비인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4.3:3 비율(에어)보다는 선녀 같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4:3 또는 4.3:3 화면비가 일반적인 아이패드 제품군에서 16:10.5 화면비를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미니는 충분히 독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왜 독보적이냐 하면 가장 흔한 16:9 비율의 영상을 볼 때 화면상에서 래터박스가 차지하는 면적이 제일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즘 영상' 감상에 제일 최적화된 아이패드다.
배터리 용량은 공식 자료 기준 전 세대(19.1Wh)보다 약간 향상된 19.3Wh로, 최대 9~10시간 정도 사용 가능한 용량이다. 또한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20W 이상 PD 규격의 어댑터를 통한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를 통틀어 5G 셀룰러 네트워크와 Wi-Fi 6를 지원하는 최초의 모델이다. 나노 심과 eSIM 조합으로 듀얼 심 환경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전 세대와 동일한 부분이다.
카메라는 전 세대보다 더욱 좋아졌다. 일단 화소 수부터 보면 후면 렌즈가 8MP→12MP, 전면 렌즈가 7MP→12MP로, 양측면 카메라가 모두 12MP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여기서 전면 카메라는 또 광각 렌즈다.
후면 카메라에 LED 트루톤 플래시가 내장되어 전 세대보다 저조도 촬영에서 훨씬 유리해졌고, 화소 수가 늘어난 만큼 후면 카메라로는 최대 4K60, 전면 카메라로는 최대 1080p60 해상도의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졌다.
사용하기
13인치의 서피스 프로 9 위에 놓아 본 아이패드 미니 6세대. 본체가 거의 서피스 프로 9의 1/2에 해당하는 크기를 가진다.
아무리 동영상이나 전자책 보는 데에 주로 쓸 콘텐츠 소비용 태블릿이라지만, 내가 게이머의 뇌를 가진 이상 가끔씩은 이 적당히 큰 8인치의 화면으로 게임을 돌리고 싶은 욕구가 싹트기 마련이다.
고맙게도 아이패드 미니 6세대의 좋은 GPU는 내 이런 변덕스러운 욕구를 잘 충족해줄 수 있다. 괜히 '원신 풀옵션에서 60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찍히는 최초의 모바일 기기'라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찬사를 받은 모델이 아니다.
내가 전자책을 보는 기기로 7인치보다 8인치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8인치 기기의 그립감이 신국판 종이책을 쥘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7인치는 뭔가 조금 모자란 느낌이 강하다.
파이어 탭에서는 엄청난 사치였던 멀티 태스킹도 가능하다는 것이 감격이었다. 확실히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한쪽에 트위터 타임라인을 띄워 두니까 삶의 질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아이패드 제품군의 좋은 점 중 하나로는 예로부터 카카오톡 다중 로그인이 지원되어 왔다는 기기라는 점이 있다. 요즘 카카오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도 다중 로그인 사양을 도입 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일부 메이저 기기에 한해서만 지원되는 등 '반쪽짜리' 지원에 가까워 갈 길이 멀다.
아이폰을 사용 중일 경우, 폰에서 '다른 기기에서의 통화'와 '문자 메시지 전달' 기능을 활성화하면 폰에서 수발신되는 전화나 메시지를 패드에서 대신 받거나 보낼 수 있다. (통화 기능은 폰과 패드가 서로 같은 Wi-Fi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을 경우에만 사용 가능)
셀룰러 모델의 장점은 역시 어디서든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높은 활용성이다. 나의 경우는 곧 개강을 맞으며 집 밖의 여러 곳에서 패드를 쓸 일이 늘어날 것 같아서, 내가 있는 곳이 와이파이 존인지 일일이 신경 쓰면서 피곤함을 느낄 일이 없는 셀룰러 모델을 샀다.
여담으로 GPS 센서는 셀룰러 모델에만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대용으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셀룰러 모델을 사야 한다.
총평
8인치대 태블릿의 최강자라고도 일컫어지는 아이패드 미니 6세대, 그 중에서도 절대로 '다른 모델 살 걸…' 하며 후회할 수가 없는 최고 옵션인 256GB 셀룰러 모델을 산 만큼 이번에 감행한 지름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오래도록 쓰고자 했던 바램이 무색하게 2년 만에 강판된 파이어 탭과 다르게, 이거는 진짜로 최소 4년 동안은 잘 쓸 수 있을 듯.
한편 아이패드 미니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아이폰 사용자라면 결국엔 아이패드를 쓰게 될 수밖에 없다"는 명제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어버렸다. 애플 기기들 사이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유연한 상호 연동성은 정말 MS빠가 보기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이 점은 진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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