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부터 2박 3일간 지인 3명을 대동하고 일본 후쿠오카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기시다 문열어!"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무비자 단기 입국을 다시 허용하면서 최근 일본 여행을 떠나는 국내 관광객이 부쩍 늘었는데, 2020년 1월에 발급한 이래 아직까지도 사증 하나 찍히지 않은 채 방치 중인 5년 복수여권을 가지고 있던 나도 주변 지인의 권유와 저가 항공사들의 가격 공세에 못 이겨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기로 한 행선지는 다름 아닌 후쿠오카(福岡)였다. 일본의 거점 도시들 중 한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항공료를 위시한 경비가 저렴한 덕에 흔히 '일본여행 실속 코스'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다. 특히 요즘 제주도의 전반적인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제주도보다 후쿠오카 갔다 오는 게 더 싸다"고 하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일본 입국까지 최소 3~4일 전부터 'Visit Japan Web' 사이트에서 입국 심사를 위한 정보를 사전에 등록해 놓으면 실제 입국 시 관계자에게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QR 코드만 보여주면 되므로 편리하다. 물론 이동 중인 기내에서도 승무원들이 입국 심사용 서면 양식을 배부해 주기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기존의 종이 서류에 기반한 심사 방식을 따를 수도 있다.
출국
1월 28일 오전 11시 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에 발을 딛는다. '일본의 겨울은 우리나라보다 따뜻하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한국에서부터 일부러 입고 있었던 얇은 겉옷과 함께, 공항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무섭게 뚫고 오는 은은한 냉기를 뒤로 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선다.
터미널에 들어서고 나서 제일 먼저 처리한 일은 출발 항공편 체크인과 14,000엔어치 환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스타에 올릴) '여권샷' 촬영이었다. 노구치 히데요가 그려져 있는 1,000엔권은 참 1,000원권과 비교해 액면가만큼이나 지폐의 크기 또한 큰 것이 참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공항에서 수하물 운반용 카트를 볼 때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에 나온, 방치된 유료 카트들에서 잔돈을 모아 버거킹 와퍼를 사 먹는 장면이 으레 떠오르곤 한다.
출국 수속을 일찍 끝낸 데에서 생긴 여유로 면세점 라운지에서 시간을 조금 지체했던 바람에 탑승구에서 'Final Call' 전광판까지 직관하며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출발 항공편에 탑승하게 되었다.
출발 예정 시각까지 불과 몇 분밖에 앞두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승무원 분들께 조금 민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이내 나를 포함한 일행보다 더 늦게 탑승하는 사람도 등장하여 출발 시각이 아예 연기되기까지 해 걱정의 무게는 금새 가벼워졌다.
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비행기의 앞바퀴가 드디어 후쿠오카 국제 공항의 활주로에 닿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셔틀 버스를 타고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윽고 국제선 터미널에 들어서게 되면 본격적으로 입국 수속이 진행된다. 대기 줄에 서서 기다리는 과정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Visit Japan Web' 사이트상의 심사 완료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지의 여부를 파악하며 적절한 절차로 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개인적으로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 심사에서는 'Visit Japan Web' QR 코드를 제시하되, 세관 신고에서는 종이 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세관 신고 게이트는 입국 수속 게이트와 다르게 QR 코드를 받는 곳과 종이 서류를 받는 곳이 따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QR 코드용 게이트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을 뒤로 한 채 서류 몇 장만 제출하고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다.
숙소와 1일차 저녁
"여러 명이서 있다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데 지하철보다 택시가 더 합리적이다"라는 일행의 판단에 근거하여 공항을 빠져나온 후 약간 피곤했던 분위기 속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사실상 일본 택시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자동문'은 클러치를 조작해야 했던 구형 차량에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JAPAN SUGOI"까지 외칠 정도로 별난 요소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직접 보면 조금 신기하긴 하다.
숙소가 있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이목을 끌었던 것은 숙소 바로 옆에 있었던, 대체 언제부터 일본에 진출했는지 모를 '네네치킨' 지점이었다.
일본에서 '네네' 하면 만화 〈뉴 게임!〉의 '사쿠라 네네', 버츄얼 유튜버 '모모스즈 네네' 등 여러 네네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콜라보 효과가 좋고 대중성이 높은 캐릭터로는 〈크레용 신짱〉의 '사쿠라다 네네(유리)'가 제일이다.
숙소 방 안에 있던 조명을 겸한 빔형 안드로이드 TV인 '팝핀 알라딘 SE(popIn Aladdin SE)'도 일행 사이에서 꽤 화젯거리였다. 다만 조금 험하게 굴려졌던 탓인지 화상에서 튀는 픽셀이 조금 보였던 점과, 일본 내수용 제품이라 UI 언어가 일본어밖에 없었던 점도 조금 아쉬웠다.
궁금해서 일본 쇼핑 사이트에서 이 제품을 찾아보니까 최소 72,800엔(70만원 상당)의 가격을 가진 제품인 듯하다. 제품의 포지션 자체는 참 혁신적이긴 하나 선뜻 지갑이 열릴 만한 가격은 아닌 듯.
숙소에 짐을 풀고 난 직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후지산도 식후경'이라는 마음으로 주변에 있는 이치란라멘 텐진니시도리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국내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후쿠오카, 아니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로 왠지 모르게 거품이 끼어있는 듯 유명한 라멘 프랜차이즈라 그런지 대기 줄에서 참 한국인들의 말소리가 많이 들렸다.
라멘 주문 시 매운맛(고춧가루 첨가)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데, 참고로 여기서 2배도 아니고 최소 3~4배 정도는 요청해야 한국인에게 적절한 얼큰한 맛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우리 생각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 두고 있어야 한다.
매운맛 4배에 차슈를 추가한 라멘으로 배를 채운 후 거리를 걷는 내 앞에 펼쳐진 니시테츠 후쿠오카역 앞 상점가. 은근히 우리나라의 부천역 주변과 그 공기가 비슷하다.
그런데 문득 이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내가 이곳에 여행 온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 이어서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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