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IT 기기들을 쌓아 두고 있는 공간에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것들은 지난 수 년간 이곳으로 모인 가지각색의 폐휴대폰들이다.
아무리 폐휴대폰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현역 대우가 끊긴 지 3~4년 정도까지가 되는 기종이라면 서브 폰으로 재활용할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는데, 안타깝게도 여기 모인 폐휴대폰들은 거의 스마트폰 시장의 태동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 출시되어 서브 폰으로써의 활용 가치도 잃어버린 지 오래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정도의 연식이면 현재의 최신 소프트웨어 환경을 잘 감당하지 못할 것은 고사하고, 하드웨어부터 멀쩡하게 잘 동작할 지부터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특히나 이제 출하된 지 10년이 가까이 됐을 배터리들은 높은 확률로 수명이 다 되었을 게 뻔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잘 작동한다고 해도 실사용 시 배터리가 무조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이 휴대폰들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
이제는 버려야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휴대폰 교체 주기가 약 2년 정도인 만큼 매년마다 발생하는 폐휴대폰의 양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더 이상 쓸 수 없을 지경까지 오게 된 폐휴대폰들을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대부분은 무턱대고 '일반 쓰레기'로 내놓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쓰레기 수거장으로 모인 일반 쓰레기는 보통 매립이나 소각 처분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폐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에 포함된 금속 성분이 아무런 재처리 없이 그대로 처분될 경우 환경 오염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폐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따로 이들만 수거받는 서비스를 두어 분리 배출을 유도하는 그림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폐휴대폰 수거를 담당하는 단체들 중 가장 믿을 만하다고 여겨지는 곳은 환경부의 설립허가를 받은 비영리 공익법인인 'E-순환거버넌스'다. 이 글에서는 'E-순환거버넌스'에서 운영하는 착불 택배 기반의 폐휴대폰 수거 서비스(이하 '나눔폰'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해 보며 폐휴대폰을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폐휴대폰 분리배출 과정
온라인 접수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은 'E-순환거버넌스' 웹사이트(https://나눔폰.kr)에 접속해 온라인 접수를 하는 것이다.
온라인 접수 과정에서 기입하는 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와 휴대폰 회수량, 그리고 수익금 기부처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는 필수로 기재해야 하며, 휴대폰 회수량은 딱히 적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나는 수거하시는 분들의 빠른 업무 처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채워 넣었다.
여기에서 '수익금 기부처'를 기입하는 부분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알고보니 이곳에서 수거된 폐휴대폰 부품을 재활용하여 발생한 수익금을 타 기관에 기부할 지에 대한 여부를 선택하는 옵션이었다.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과거 기부 내역을 살펴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모인 기부금이 약 9,205만원으로 집계되어 있는데, 거의 매년마다 1억에 가까운 금액이 모금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기부한 내역에 대해서는 본인 명의의 기부금 영수증으로 발급받을 수도 있어 연말정산에서 요긴하게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접수를 잘 마쳤다면 6자리 접수 번호가 발급된다. 향후 폐휴대폰 입고 내역을 확인할 때 이 접수 번호가 꼭 필요하므로 잘 메모해 두어야 한다.
택배 보내기
이제 온라인 접수를 끝냈으니 폐휴대폰을 진짜로 보낼 시간이다.
참고로 나눔폰 서비스에서 수거가 가능한 대상 품목은 폐휴대폰 본체, 배터리, 충전기 등 3종이다.
처음에는 폐휴대폰 본체랑 배터리 정도만 보내려고 했지만 창고를 더 뒤져보니 이제는 USB-C타입 케이블과 USB-PD 어댑터에게 자리를 내 주고 쓸모를 잃게 된 5핀 케이블과 저속 충전 어댑터들이 수두룩하게 나와서 이참에 이것들도 같이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이제는 별로 애지중지할 필요가 없는 폐휴대폰들이긴 하지만, 나의 경우는 충격에 민감한 배터리까지 같이 보내다 보니 뽁뽁이를 두르고 에어팩까지 씌우는 등 포장에 은근 신경을 써 봤다. 다만 택배사에 따라서 완충재 없이 포장된 전자제품은 원천적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므로 참고해야 한다.
상자는 '서피스 프로 9'을 시켰을 때 왔던 택배 상자를 재활용했는데, 과거의 유산들이 가장 최근의 지름을 대표하는 상자에 담겨 최후를 맞게 되는 꼴이 되니 뭔가 의미심장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포장된 박스는 아래의 주소를 받는 이로 하여 착불 택배로 보내면 끝이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덕성산단1로 68번길 19, 수도권자원순환센터 폐휴대폰 담당자 앞 (우.17130) (☎ 031-323-5740)
입고 여부 확인
택배가 센터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E-순환거버넌스' 웹사이트(https://나눔폰.kr)의 온라인 접수 확인 메뉴를 통해서 이전에 온라인 접수 과정을 마치고 받은 6자리 접수 번호를 입력하여 확인하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지난해 12월 26일에 온라인 접수를 하고 같은 날 택배를 발송했는데,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12월 28일에 정상 입고된 것으로 나온다.
입고 여부가 '입고'로 나오고 입고일까지 잘 표시된다면 분리 배출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이다.
부록: 영정사진 찍어주기
지금은 비록 '폐휴대폰' 취급을 받을 정도로 하등 쓸모가 없어진 구식의 유물이 됐지만, 이들도 엄연히 한때는 시장에서 잘 나가는 현역 기종으로써 각자의 리즈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이다.
이제 이것들은 센터로 보내지는 순간 형체를 남기지 않고 부품별로 분해되어 재처리되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텐데,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내 손 안에 있을 때 영정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며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떠나 보내는 것이 나름대로 도리를 다 하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의 마무리는 떠나 보낸 휴대폰들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LG 옵티머스 LTE
스마트폰 시대에 와서는 첫 번째로 쓰게 된 메인 폰. 골수 SKT 사용자였던 나를 잠깐 동안 LG U+ 쓰게 했던 폰이기도 하다.
이 폰에는 설계 구조상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배터리를 장착한 채 오랜 시간 전원을 끈 상태로 있다 보면 메인보드의 퓨즈가 끊어져 'QHSUSB_DLOAD' 상태의 하드브릭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러한 마수를 빗겨가지 못해 2014년경에 전원을 껐던 이후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LG 옵티머스 LTE 3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썼던 두 번째 메인 폰. 당시 '옵티머스 LTE' 시리즈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 폰을 샀었는데, 보급형 기종이었다는 것은 모르고 산 바람에 쓰면서 피곤했던 기억만 있었던 폰으로 기억한다.
사용할 수 있는 내장 메모리가 3.81GB밖에 안 되면서 당시 안드로이드 정책 변경으로 외장 SD 카드에 앱을 설치하는 것마저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정말 쓰면서 '용량 부족'에 대한 압박을 항시 안고 쓸 수밖에 없었다.
기기의 내구성, 특히 액정은 얼마나 '설탕 액정'급으로 약했던지, 보호 필름까지 붙여져 있는 상태로 이 폰을 두 번이나 허벅지 높이에서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두 번 모두 액정 전체가 싹 나갔다.
LG G2
2016년부터 2018년에 현재의 메인 폰으로 바꾸기까지 썼던 세 번째 메인 폰. 옵티머스 LTE 3를 쓰면서 많이 데인 게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보급형이었으니까…' 하는 자기 합리화와 아직 LG 스마트폰에 남아있던 믿음의 영향으로 간택한 모델이었다.
옵티머스 LTE 3에서 이 모델로 메인 폰을 바꾼 게 얼마나 기뻤는지 당시의 나는 블로그에 구구절절하게 글까지 써 놓았다.
https://blog.naver.com/bsofdeath/220626191845
쓰기는 무난하게 잘 써 왔지만 이것도 '옵티머스 LTE'급으로 설계 미스가 조금 있나본지 뭐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2019년을 기해 가지고 있던 두 기기 모두 하드브릭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LG 옵티머스 3D
2015년경에 친구에게서 장난감용으로 매입해 온 공기계이다. 3D 특화 기능은 신기했지만 하드웨어 성능은 그렇게 좋지 못해서, 이 폰에서 지원하는 가장 최신의 안드로이드인 4.0 ICS에서는 초기 설정을 마치고 아무 것도 건들지 않았음에도 버벅임이 약간 느껴질 정도다.
이 폰을 처음 만져봤을 당시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 있다.
https://blog.naver.com/bsofdeath/220486162155
삼성 갤럭시 S2
2012년경 아직 스마트폰을 메인 폰으로 잡기 전에 지인에게서 우연히 나눔받아 내가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 큰 공헌을 했던 폰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이 포팅되는 롬질의 제왕 '갤럭시 S2'답게, 이 폰을 통해서 스마트폰 롬질도 최초로 접했다. CyanogenMod를 아십니까…?
https://blog.naver.com/bsofdeath/220272066383
삼성 갤럭시 S3
2016년경에 롬질을 위해 주변에서 매입했던 폰인데, 어느 시점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드브릭 상태에 빠져 평범한 벽돌 1이 된 지 오래다.
이것 이외에도 예전에 롬질용 S3로 페블 블루 모델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는데 2018년 즈음에 지인한테 팔아버렸다. 아래의 블로그 글은 그 페블 블루 S3로 롬질을 했던 기록이다.
https://blog.naver.com/bsofdeath/220918295240
삼성 갤럭시 S4 LTE-A
2018년경에 주변인에게서 나눔받았던 롬질 겸용 서브 폰. 있는 것들 중에서 이게 그나마 제일 최신 기종이다.
2020년에 여기에 리니지OS 16을 설치했던 기록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https://blog.naver.com/bsofdeath/221954074946
삼성 갤럭시 노트2
2017년경에 주변인에게서 나눔받았던 롬질용 폰.
화면 크기도 시원시원하고 하드웨어 성능도 적당히 나쁘지는 않아서 아직까지 롬만 잘 먹이면 서브 폰으로 굴리기 알맞을 것처럼 보였으나, 2019년경부터 와이파이 모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기계로서는 치명적인 현상이 일어나 결국 창고 엔딩을 맞았다.
삼성 갤럭시 M 스타일
2018년경에 주변인에게서 나눔받았던 장난감용 폰.
애초에 롬도 별로 없는 국내 출시만 된 비인기 모델이어서 롬질용으로 굴렸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안드로이드 2.3과 함께 스마트폰 초창기 감성이 그리울 때마다 이따금씩 한 번 켜 줬던 것 같다.
팬택 베가 S5
당시 골수 스카이 유저셨던 부모님이 2012년부터 메인 폰으로 3년간 쓰시다가 그 이후 갤럭시로 바꾸시면서 자연스럽게 입수한 폰.
출시 당시 기준으로 꽤 높았던 1,300만 화소수의 후면 카메라가 인상적이었던 모델이었다. 이것 때문에 잠시 카메라용 서브 폰으로 이걸 활용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배터리 광탈 현상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서 몇 달 쓰고 접었던 기억이 난다.
배터리 광탈이 어느 정도로 심했냐면 카메라 앱을 켜서 렌즈가 활성화되는 순간 과부하라도 일어난 듯이 전원이 꺼지고 배터리 퍼센테이지가 한참 깎여 있는 상태로 재부팅되기 일쑤였다.
싸이언 LG-SH310
내가 피쳐폰 쓰던 시절 최후의 메인 폰. 전형적인 영상통화 되는 2000년대 3G 폰이다.
메인 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에도 이따금씩 소환되어 사용 가능 데이터가 GB 단위로 있는 메인 폰 유심을 꽂아다가 현역으로 쓸 때 네이트 버튼 맘 놓고 못 눌렀던 한을 자주 풀곤 했던 기억이 난다.
https://twitter.com/BSoD_ktw/status/1485932646173609986?s=20&t=XLENvFtgrHoRbNQnwanJJg
스카이 IM-S480S
부모님이 피쳐폰 쓰던 시절 최후의 메인 폰. 디자인이 잘 뽑혀서 3G 폰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2G 폰이었다.
이 폰은 특이하게 '바람 인식' 센서가 있었어서 기본 내장 게임 중에 이를 이용한 게임들도 꽤 보였는데 당시에 이거 하려고 부모님 폰 잠깐 빌려 썼을 정도로 게임 방식이 참 신박한 게 재미있었다. 아쉽게도 충전 단자로 30핀 TTA가 아닌 독자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 바람에 젠더를 잃어버린 현재는 이걸 다시 켤 방도가 없다.
애니콜 SCH-V840
부모님이 IM-S480S로 바꾸시기 전에 쓰시던 메인 폰. 평범한 2G 폰이지만 MIDI마냥 자체로 벨소리를 작곡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던 게 조금 흥미로웠으나, 이것도 배터리를 잃어버려서 켤 방도가 없다. 옛날 폰들은 배터리가 꽂혀져 있지 않아도 충전기만 연결하면 잘 켜지고 그랬는데 이건 특이하게 안 그러더라...
애니콜 SCH-E200
어머니가 아주 옛날에 쓰셨다는 메인 폰. 여기 있는 피쳐폰들 중에서 배터리가 방전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것을 제외하면 의외로 가장 좋은 상태로 보존된 물건이라 놀라워서 이건 특별히 사진을 두 장 찍었다.
당연히 이것도 2G 폰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된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전원을 켜도 안테나 한 줄조차 안 뜨는 모습이 뭔가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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