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태블릿 PC인 '서피스 프로 9'이 12월 7일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1일 정도가 흐른 12월 18일, 때마침 '전역컴'으로 장만할 새로운 서브 PC를 물색하던 나의 손에도 기어이 서피스 프로 9이 들리게 되었다.
이 모델이 국내 출시되던 날인 12월 7일에 정확하게 내가 전역 신고를 하고 부대를 나섰다는 사실이 정말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이렇게까지 내게 진정성이 있는 '전역컴'이 이것 말고 더 있을까? 아무리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팬이어서 기본적으로 서피스 시리즈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이거는 정말 사지 않고서 배길 수가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언박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박스의 뚜껑을 열어보니 알루미늄 소재로 마감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후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참고로 내가 산 모델의 색상은 그래파이트다.
박스에서 본체를 꺼내어 뒤집어 보니 전면부에는 버튼과 단자 등의 위치가 새겨져 있는 화면 보호용 불투명 필름이 붙어 있다.
서피스 프로 9은 본체를 가로 정방향으로 놓았을 때 좌측면 상단에는 썬더볼트 4 규격의 USB-C 타입 단자 2개, 우측면 상단에는 서피스 커넥터 단자 1개가 위치한다.
직전 세대였던 프로 8에서는 이 두 종의 단자들이 전원 버튼과 함께 모두 우측면에 몰아져 있었는데, 후술하듯이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을 다시 상단 측면에 몰아서 배치한 것을 대가로 USB-C 타입 단자와 서피스 커넥터 단자를 좌우로 분산 배치한 듯한 모양새다.
어쩌면 서피스 프로 9의 설계에서 가장 잘된 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부분인데, 전원과 볼륨 버튼의 위치가 프로 7에서까지 적용되었던 것과 같이 다시 가로 정방향 기준 상단 측면에 놓이도록 변경되었다.
프로 8에서는 볼륨 버튼을 좌측면 상단, 전원 버튼을 우측면 상단에 각각 분산 배치하는 개벽 수준의 설계 변경을 감행한 바 있었다. 웬만한 스마트폰에서도 전원과 볼륨 버튼이 각각 다른 사이드에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저렇게 위치를 바꿔 본 것 같지만, 그런 논리는 한 손에 쥘 수 있을 때나 통하는 논리지 13인치의 육중한 서피스에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결국 불편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프로 9에서 끝내 버튼 위치를 원복한 듯하다.
본체와 함께 끼워져 있는 단 두 종의 구성품 중 첫 번째로 볼 것은 사용 설명서와 제품 보증서다. 기본 보증 기간은 1년이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최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다음 구성품으로는 서피스 커넥터 단자로 충전을 진행할 수 있는 기본 65W 전원 어댑터다. 규격에 맞고 호환되는 USB-PD 어댑터가 있다면 USB-C 타입 단자로도 고속 충전을 진행할 수 있다.
초기 셋팅
서피스 프로 9은 시리즈 중에서 프로 8에 이어 윈도우 11을 내장하고 나온 두 번째 기종이다. 서피스 프로 8이 아마 2021년 가을에 윈도우 11 자체와 거의 동시에 나온 것으로 아는데,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나고 이제는 '윈도우 11이 내장되어 있는 게 당연한' 후속 기종이 나오는 상황이 되었으니 진짜 시간이 참 빠르다.
문득 생각난 건데 일반 소비자용 기준으로 윈도우 11 홈이 내장되어 있는 이 제품을 보고 농담조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왜 서피스 '프로'라면서 내장되어 있는 윈도우는 '홈'인가?
명색이 서피스 '프로'면서 윈도우가 홈이라니 pic.twitter.com/RG7UwFCYik
— 블루스크린 (@BSoD_ktw) December 18, 2022
이에 대한 답으로, 비즈니스용 모델은 윈도우 11 프로가 내장되어 '프로'라는 이름값을 매우 잘 하고 있으니 소소하게 알아두면 좋다.
'서피스 프로'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를 꼽으라 한다면 십중팔구 후면부에 위치한 '킥스탠드'를 꼽을 것이다. 2013년에 처음 봤었을 때도 참 혁신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인데 지금 봐도 참 킥스탠드는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더 얹어서 '타입 커버'도 엄연히 '인권' 수준으로 서피스 프로를 상징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본체 한쪽에 떡하니 타입 커버를 도킹할 수 있는 홈도 있는데 어떻게 이걸 안 살 수가 있나. 명색이 노트북과 태블릿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투인원(2-in-1) PC인만큼 타입 커버가 빠지면 이 제품의 진가가 완성되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어 웬만하면 타입 커버는 꼭 빼놓지 않고 사려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터치 잘 되는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내장한 '태블릿 PC'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윈도우가 내장되어 있는 이상 마우스가 없으면 PC를 잘 쓸 수가 없는 옛날 사람이라 블루투스로 작동하는 서피스 모바일 마우스도 샀다…
하드웨어 살펴보기
서피스 프로 9의 CPU로는 2021년 11월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 기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2021년 9월에 출시되었던 서피스 프로 8가 아쉬운 평가를 받는 이유로 인텔 12세대 프로세서가 정식 발표되기 직전에 나왔던 탓에 11세대 프로세서를 내장한 채 나왔다는 점이 주로 꼽히는데,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프로 9이 프로 8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을 드디어 충족해 냄으로써 상대적으로 확실한 우위를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서피스 프로 9에는 10.0메가픽셀의 후면 카메라와 5.0메가픽셀의 전면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으며, 당연하게도 전면 카메라는 Windows Hello 얼굴 인식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사양을 충족한다. 영상 촬영은 후면 카메라로는 2160p 4K 화질, 전면 카메라로는 1080p FHD 화질까지 가능하다. 이는 프로 8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은 없는 부분이다.
요즘 화상 회의 등의 비대면 활동이 많이 활성화된 환경이 도래하며 태블릿 PC 제품군에서 전면 카메라가 가지는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서피스 프로 9의 전면 카메라는 화질이 좋은 편에 속하면서 심지어 화각도 얼굴을 최대한 정면에서 찍은 듯이 나오도록 적절하게 조정되어 나오기 때문에 화상 회의용으로 손색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서피스 프로 9의 얼마 없는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면 프로 8의 51.5Wh보다 살짝 하향된 46.5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Wi-Fi 모델의 경우 이전 세대 대비 배터리 타임이 16시간에서 15.5시간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다만 5G 모델의 경우에는 이전 세대보다 CPU가 요구하는 전력량이 줄어든 덕택에 오히려 3시간 가량 늘어난 19시간의 배터리 타임을 보인다.
서피스 프로 9에서 사용되는 M.2 2230 규격의 메인 SSD는 탈착식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이런 설계는 2021년 1월에 나온 서피스 프로 7 플러스를 시작으로 도입되었는데, 프로 8까지는 SSD 슬롯이 본체 후면의 좌측 하단에 있었지만 프로 9부터는 우측 하단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서피스 프로 9은 프로 8에 이어서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두 번째 세대가 된다. 최대 10점 터치를 지원하는 3:2(2880x1920) 비율의 픽셀센스 디스플레이라는 점도 프로 8과 어느 정도 동일하지만, 프로 9은 여기에 고릴라 글래스 5까지 적용되어 있어 내구성 측면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였다.
서피스 프로 9에 내장된 2W 스테레오 스피커는 돌비 애트모스와 같은 공간 음향 사양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프로 7에서 돌비 애트모스를 정식 지원하기 시작했고, 프로 8에서 스피커의 전력량이 1.6W에서 2W로 상향된 이래 크게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소프트웨어 살펴보기
공식 제품 소개 사이트에서 '로컬 게임 플레이용으로 적합'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에 걸맞게, 일반 소비자용 기준으로 이 제품에는 구입한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엑스박스 PC 게임패스를 1개월 동안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팬답게 엑스박스 컨트롤러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오피스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패밀리 플랜의 1개월 무료 사용 혜택도 제공된다. 역시 "컴퓨터 사면 윈도우랑 오피스는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요구가 지극히 당연한 브랜드는 마이크로소프트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꼽는 서피스 프로 9의 강점은 윈도우 11의 대표 기능 중 하나인 WSA(Android용 Windows 하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태블릿 PC에서 별도로 듀얼부팅 환경 등을 구성할 필요 없이 윈도우 앱과 안드로이드 앱을 자유자재로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서피스 프로가 최고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여겨지게 될 날도 머지 않은 듯 싶다.
또, 서피스 프로 9의 13인치 화면은 웬만한 줄공책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스타일러스 펜을 통해 무언가를 필기하는 데 쓰기 딱 좋은 사이즈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피스 프로를 맥북이 아닌 아이패드 프로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보는 관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전용 액세서리인 '서피스 슬림펜 2'를 가지고 원노트 앱에서 필기를 하거나 화이트보드 앱에서 낙서를 하는 것과 같은 활용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세일즈 포인트로 노출하며 이러한 특장점을 어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피스 슬림펜 2는 펜을 뒤집어 펜뚜껑 부분으로 화면을 문지르면 지우개로 작동하게 하거나, 펜이 종이와 마찰하면서 느껴지는 촉감을 모터 진동으로 재현하는 등 여러모로 내게 '실제 종이에 필기하는 느낌'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 듯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안겨주었다.
마치며
마이크로소프트 팬으로서 서피스는 정말 무한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만드는 레퍼런스 기기로써, 그 자체로 윈도우 PC의 '표준'을 규정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이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이런 기기에서까지도 미흡한 점이 선명하게 보이는 한국어 환경을 보면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발 한국어 환경의 퀄리티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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