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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덕후

KBS 1TV의 지진속보 시스템 탐구

by 블루스크린 (BSofDeath) 2023. 1. 9.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 수 년간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작지 않은 규모의 지진들을 통해서 여실히 증명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지진 대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방송계에서도 지진 보도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방송국들의 지진속보 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은 2016년 9월 경주 지진을 겪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은 경주 지진이 있고 나서 불과 3개월 뒤에 발생한 2016년 11월 보령 지진 당시 촬영한 KBS2 방송 화면.

예전 같았으면 여느 자연재해를 대하듯이 상황 발생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뉴스특보를 통한 사후 보도에 주력했겠지만, 이제는 상황 발생 즉시 속보 자막을 내보내고 시작하는 것이 기본 소양으로 정착되었을 정도로 지진 관련 보도에 대한 매뉴얼이 실시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날이 체계화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진속보 시스템의 정점에 서 있는 일본 방송계를 벤치마킹하며 노력한 흔적도 보이는 듯하다.

실시간 보도가 취약한 새벽 시간대에도 방금 발생한 지진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지상파 방송 매체는 KBS가 유일했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SBS, KBS2, MBC, KBS1의 방송 화면.

특히 이런 변화의 흐름에 제일 민감하게 대응하는 방송국은 아무래도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지정되어 있기까지 한 KBS 한국방송이 되겠다. 실제로도 지진 발생 시 작동하는 각 방송국들의 지진 속보 체계를 보면 유독 KBS의 것이 제일 고도화되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KBS 1TV에서 지진 속보 체계가 작동하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며 우리나라 방송계의 지진 보도 매뉴얼이 어디까지 발전했나 살펴본다.


최초 속보 자막 송출


지진속보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는 헤드라인형 자막과 진원지 약도로 구성된 '지진속보'가 송출된다.


지진정보

지진이 발생한 지 약 5분이 지난 시점에서는 하단 스크롤형 자막과 진원지 약도로 구성된 '지진정보'가 송출된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동일한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지진속보'와 '지진정보'에서 나오는 내용이 살짝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둘에 반영되는 정보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지진속보: 자동 계측된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대략적인 지진 정보로써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지진정보: 자동 계측된 결과에서 오차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표된 지진 정보

사실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

그런데 사실 실시간으로 지진속보 자막을 출력하는 것까지는 굳이 KBS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송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연출이다. 왜냐하면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국들은 지진 발생 시 기상청의 지진조기경보와 연계된 속보 자막을 자동으로 출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KBS 뉴스특보 진행


지진 발생 후 최대 10분 정도가 지나면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KBS 뉴스특보'가 시작된다.

보통 이런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보도국에서 어느 정도의 자료가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뉴스특보를 진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국 입장에서는 최초 속보가 나온 직후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할 때까지 생기는 정보 공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가 관건인데, KBS는 이러한 상황을 자동 방송 시스템으로 타개했다.


자동 방송 시스템에 의한 진행

지진 정보

지진의 발생 시점과 진원지, 리히터 규모 등을 담은 기본적인 지진 정보다.

지역별 진도 정보

진원지와 인접한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흔들림이 느껴졌는지에 대한 정보다. '규모'와는 엄연히 다른 '진도'라는 이름의 상대적 수치로 나타낸다.

지진 대비요령

추가 여진의 가능성을 대비하여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안내한다.

그래픽 이외에도 이전에 다른 뉴스에서 사용되었던 리포트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나운서 진행

자동 방송 시스템 가동 후 시간이 흘러 충분한 양의 보도 자료들이 모이면 즉시 당직 대기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넘어간다. 여기에서는 여느 재난 상황에서의 뉴스특보처럼 유선상으로 이루어지는 취재기자의 상황 설명과 제보 자료 소개가 진행의 주를 이룬다.

시청자 제보 영상 이외에도 진원지 인근의 CCTV 영상을 배경으로 비추기도 한다. 일본의 NHK 지진속보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감지된 지역의 CCTV 영상을 보여주는 연출을 사용해 왔는데 아마도 이를 벤치마킹한 듯 느껴진다.

다만 NHK에서는 지진 감지용으로 전국 각지에 직접 CCTV를 설치하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면, KBS에서는 CCTV를 직접 깔지 않아도 '고속도로 교통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이미 전국에 깔려 있는 촘촘한 CCTV 망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대한민국답다.

물론 KBS도 자체적으로 전국 각지에 재난감시 CCTV 망을 구축하여 운용하고 있다. KBS 재난포털에서 이러한 CCTV들에 찍힌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규방송 재개


상황의 위중함이 덜할 경우에는 20~30분 간의 뉴스특보 진행 후 정규방송이 재개된다. 다만 보도를 아예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하단의 헤드라인 자막을 통해 최소한의 상황 보도를 이어간다.


참고 동영상


2022년 10월 29일 충북 괴산군 지진 당시 녹화


2023년 1월 9일 인천 강화군 지진 발생 당시 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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